
최근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 이동평균선을 벗어난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인 상승추세로의 전환이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다만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이벤트들이 종료된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 추세와 미국 뉴욕증시 반등 등 대외 요인의 온기와 함께 사상최고 수준의 MMF자금 등 풍부한 대기성 자금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 120일선 돌파 의미 = 최근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시장의 하향안정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정, 외국인 매도세의 완화 등이 코스피지수 1300선까지 밀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같은 호재는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상황이며, 1200선 상단의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07포인트(0.52%) 오른 1169.95로 상승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3.94포인트(0.99%) 상승, 398.60으로 4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은 이달 들어 각각 5거래일과 4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고, 최근 소폭의 조정 이후 이틀연속 오름새다.
코스피지수는 120일 이평선으로 불리는 1150선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일반적으로 120일선의 상향돌파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전환하는 중요한 이평선으로 여겨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후 중장기 상승추세 전환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KB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경기선 돌파는 경기바닥 판단의 중요한 시그널로 국내 증시가 경기모멘텀과 동조화되는 특징을 감안할 때 코스피지수가 중장기 기대흐름을 반영하면서 120일 이평선을 넘어선 것을 경기바닥이 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곽 연구원은 “지난 1997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경기선을 상향 돌파했던 경우는 여섯 차례였는데, 이 시점은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바닥수준과 대체로 일치했고, 는 주가 반전시그널로 해석되면서 중기적인 반등세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원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이후 반등국면과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의 마이너스 전환 이후 회복 기대감 등이 현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이 나흘만에 오름세로 전환 13.0원 오른 1421.5원 마감되긴 했지만 최근 외환시장의 안정 기대감으로 지속적인 하향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국면에서는 공통적으로 금융주의 반등세가 돋보였으며, 경기저점의 골이 깊어 반등폭이 두드러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융주 중에서도 증권주는 경기선 돌파에 따른 주식거래대금 증가 및 3월 결산 배당투자 매력 등에 힘입어 선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시장규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MMF 설정액인 126조원을 돌파하며 풍부해진 대기성 자금도 향후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보증권 주상철 연구원은 “초과 유동성이 시중에 많이 풀려있는 상태에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 등으로 주식 등 자산으로 몰리며 유동성장세가 펼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주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요인으로 씨티그룹 등 미국 투자은행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고, 부동산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등 위기감의 완화도 꼽고 있다.
◇ 추세적 상승전환 미지수 = 반면 비관론자들은 1200선 초반에서는 강한 저항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MF로 인한 단기부동화 현상은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투신권의 빈약한 매수 여력 등이 증시를 떠받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최근의 경기바닥 기대감은 일종의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전히 실업률이 상향되고 있는 추세이고, 산업생산 동향 등 각종 경기지표들이 뚜렷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증시 상승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인데 지금의 경제 상황이나 기업 경영환경이 1월이나 2월보다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시장의 흐름은 개선되는 듯 보이지만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인 1200선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IMF가 올해 세계 경제가 -0.6%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경기침체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최근의 주식시장을 주변을 둘러싼 여건은 다소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일시적인 상승 이후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펀드자금 유입 등을 통한 기관 매수여력 확대 등의 수급보강의 과정과 펀더멘털상의 강세 전환 시그널을 추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추후 경기회복 곡선이 ‘V자형’이 아닌 ‘U자형’ 혹은 ‘L자형’의 흐름을 갖고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배경설명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