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되게 하라
<아버지가 어느 날 붓글씨로 ‘하면 된다’라고 써서 벽에 걸었다. 어린 아들이 그게 뭐냐고 묻자 아버지가 대답한다.
“오늘부터 이것이 우리 집 가훈이다.”
나중에 그 글을 본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 : “아빠가 그러는데 저게 우리 집 가훈이래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가 이기죽거리며 한마디 했다.
“아빠에게 말씀드려라.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고.”>
썰렁합니까? 유머는 원래 글로 표현하면 그렇습니다. ‘하면 된다’는 말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우리에게 귀 익은 표어입니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표어와 더불어 개발시대의 우리네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는 상징적 ‘어록’이기도 합니다.
저야말로 요사이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왜냐구요? 저희 석탄공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저희 공사는 적자 공기업입니다. 석탄산업 합리화 시책을 실행한 이후에 구조적인 적자에 계속 허덕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원들에게 적자를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으면 “이건 구조적인 문제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희망이 보이니까요.
작년 말에 저는 우리 사원들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익이 0(제로)이 되는 사업계획을 짜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원들로서는 제가 참 답답하게 생각되었을 것입니다. 내색은 안했지만 지시를 하는 저 자신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무조건 방안을 만들어보라고 명령했습니다. ‘안 된다’는 보고는 아예 못하도록 봉쇄해버렸습니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고 밀어붙였습니다. 사원들의 입장에서는 ‘막가파’ 사장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사원들은 전전긍긍, 답답해하면서도 토론을 하며 아이디어를 짜냈습니다. 때로는 외부 전문가의 자문도 구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간부사원으로부터 보고회를 하겠다는 말을 듣고 회의장에 참석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열댓 개의 아이디어를 실행해서 수년 내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계획서’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은 좀 엉성합니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고 정부에서 풀어줘야할 전제 조건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만년 적자 공기업에서 흑자 공기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바로 우리 사원들이 그렇게 했습니다.
탄광에는 ‘배기갱구’라 하여 지하 막장의 공기를 밖으로 빼는 갱구가 여럿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강한 바람이 나오는 데 거기에 풍력발전 장치를 하는 등,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에게 검토시킨 결과 가능성이 있답니다. 실현되면 그 사원에게 화끈하게 보상할 작정입니다.
꼴찌의 혁명
저희 석탄공사의 사례를 말하는 이유는 어려움에 허덕이는 기업이나 경영자들에게 희망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면 됩니다. 죽기 살기로 도전하면 방법은 있습니다. 안되면 되게 하십시오. 꼭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제가 석탄공사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경영 정상화를 약속하면서 ‘꼴찌의 반란’을 지켜봐달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그 말을 수정합니다. ‘반란’은 실패를 전제로 한 것이기에 ‘꼴찌의 혁명’이라고 표현을 바꾸겠습니다. ‘혁명’은 성공한 반란이니까요. 우리는 꼭 해낼 겁니다.
여러분, 상황이 상당히 어렵지만 희망을 가지세요. 하면 됩니다. 안되면 되게 하세요. 그래서 여러분 모두가 성공한 ‘혁명’을 만들어내시기 바랍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