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3월 위기설’ 등으로 이어지는 환율불안과 동유럽 금융위기 등 대외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저점 부근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채권가격도 단기급락세를 보이며, 추경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중장기물에 대한 불안감을 여전히 이어갔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4.88%, 5.51%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불안국면을 고비로 2분기에는 본격적인 유동성장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유럽 불안 영향 얼마나 = 이른바 3월 위기설은 국내 은행들의 달러부채 만기와 외국인 국내 채권만기가 겹치면서 달러 수요가 급격히 치솟을 것이란 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18일에도 원화는 달러당 12.50원 급등한 1468원으로 1500원선에 육박했다.
대외 요인도 불안하다.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국가들의 연쇄부도 우려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들 국가들의 올해 단기외채는 4000억달러 가량에 달할 것으로 오스트리아, 스웨덴, 이탈리아, 벨기에 등 서유럽 은행들이 동유럽에 제공한 대출규모는 1조7400억달러를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부흥은행(EBRD)은 최근 동유럽의 부실채권 비율이 10%를 돌파해, 20%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불안감이 글로벌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키고,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KB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18일 “유로화 약세에 따른 신용경색의 재현 가능성은 금융시장에 잠재됐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동유럽 재정적자국의 CDS프리미엄은 2008년 11월 이후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2009년 2월부터는 지난해 고점을 경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서유럽 국가에도 후행적으로 CDS프리미엄을 급등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 연구원은 “다만 신용위험의 연쇄효과는 지난 이틀간 주요 신흥국에서도 관찰되고는 있으나 아직 2008년 고점과의 괴리도는 큰 상황”이라고 관찰했다.
그는 이에 따라 “금융주들의 약화가 뚜렷하지만 아시아 금융기관의 비중추이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관찰돼 동유럽발 신용위기가 아시아 금융주로 확산되는 것은 펀더멘털상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을 주목하면서 금융주의 안정시 지수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동양종금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지수의 연초수준 회귀는 원겢玭?환율이 급등세에 따라 증시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부정적인 경기 지표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신호땐 저금리 부각 = 이런 가운데 회사채 수익률 하락에 따른 주식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 단기자금인 MMF(머니마켓펀드)의 폭발적인 증가세 등 풍부한 대기성자금의 향방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준금리의 2.0%대 사상최저 수준의 하향에 따라 채권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주식시장으로의 유동성 보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최근 불안 요인의 부각 속에서도 종목별 차별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중소형주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동부증권 지기호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4분기 금융권에서 6개월과 1년 수익률 8%대의 상품을 내놨는데, 회사채 수익률이 떨어져 재예치를 놓고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도 “한국 상장사의 배당수익률이 1.5∼2.5% 사이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3.12%밖에 되지 않아, 주식시장의 상대적 매력도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MMF 자금은 120조원을 돌파하면서 시중자금의 부동화가 심화되고 있어 개인들의 매수 대기자금이 수급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분석부장은 “3월 위기설의 근거는 신빙성이 없다”면서 “1분기 후반 경기바닥을 통과하면서 코스피는 1200선에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3월 위기설에 대해 “올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2017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통화 스왑 체결로 외화 유동성 충분하다”며 “최근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장기 차입에 성공해 월별 단기 차입 만기금액 규모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당분간 1080~1200선 사이의 박스권 등락을 예상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포착되면서 수급동력과 에너지 보강을 과정을 거친 코스피는 상승세를 시현할 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 부장은 “경기선행지수 저점이 1분기 말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3월 중후반 코스피와 경기선인 120일선간이 골든크로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