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원 개개인의 올곧은 가치관이 기업문화의 경쟁력
2009년도 어느새 한달이 훌쩍 지났다. 매년 1월은 여러모로 중요한 시기이지만 그중에서도 직장인들에게 있어 1월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이기 때문. 지난 한달은 특히 그러했다.
연말에 단행된 우리은행의 인사를 필두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에서 구조조정과 영업력 강화를 앞세운 대규모 경영진 인사가 있었는가 하면, 수년간 제대로된 인사를 못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삼성그룹에서도 폭풍이라고 할만한 임원인사가 단행됐다. 여기에다 경제부처의 수장을 비롯한 장차관인사까지 겹쳐 1월 한달은 가히 인사의 계절이라 할만 했고, 세간에는 1월에 잘된 업종은 꽃집밖에 없다는 우스개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그런데 인사 명단을 바라보다 문득 묘한 감상이 떠오른다.
물러간 사람들은 그렇다치고 새로 승진하거나 발탁된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되었을까.
어떤 능력이 있어 남들은 이사도 못돼 보고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는 마당에 사장, 부사장이 되고 부행장이 될까? 발표상으로는 영업력 강화니 국제금융업무에 밝다느니 나름대로 명분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다 일까? 그들에게 공통된 DNA가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만약 이것을 제대로 규명하여 “한국에서 기업인으로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조건” 정도의 제목을 단 책을 내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순식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다가 필자가 한동안 몸담았던, 그래서 비교적 아는 사람이 많은 삼성그룹의 임원인사 명단을 다시한번 꼼꼼히 드려다 보았다. 언뜻 생각나는 공통점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어떤 사람은 “간부시절 그렇게 돋보이는 인물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사장까지….”하는 시샘어린 생각이 앞선다.
또 언젠가 “삼성에서 이사나 상무가 되는건 실력순인지 몰라도 사장, 부사장이 되는 건 운7기3도 아닌 운9기1이지” 라고 약간은 자조적으로 답하던 옛상사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업에서 높은 자리에 오른 분들을 온통 운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업은 사람이요, 인사가 만사라는 금과옥조를 가진 회사와 당사자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물론 은행이나 대기업처럼 인재가 몰려있는 조직에서 비등비등한 사람끼리 경쟁하다 보면 약간의 운이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비율은 10-20%일뿐 대부분은 철저한 기본기에 의한 것임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중요한 기본기가 무엇일까가 궁금해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 보았으나 딱히 이렇다할 답을 내는 사람은 없다. 여러가지가 맞아 떨어져서 된 것이라는 애매한 대답 밖에는... 고심끝에 내 나름대로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쓰러져가는 IBM을 회생시킨 루 거스너회장이 말했다는 그 유명한 명언 - “처음에는 나도 기업문화를 경쟁요소의 하나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것이 경쟁의 전부였다”로부터. 그렇다. 필자도 기업문화를 매우 중시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업문화를 “기업내 조직원이 갖고 있는 가치관의 총화”로 정의한다.
따라서 최대의 경쟁요소인 기업문화를 좋고 강하게 가꿀려면 무엇보다 조직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올곧고 경쟁력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조직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한 2가지 요소로 흔히 실력과 품성을 이야기 한다. 실력이야 임원이 될 단계에서 이미 검증받은 바 있고 또 중간에 보충할 수도 있지만, 품성은 오랜시간에 걸쳐 본인의 가치관으로 체화시키지 않으면 금방 들통이 나는 법이다.
순간적인 재치와 번뜩임은 없어도 맡은 바 소임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추진력, 좌중을 휘어잡는 언변은 부족해도 겸손이 바탕이 된 포용력, 눈앞의 득실계산에는 서툴러도 언젠가는 보답이 있겠지라고 믿는 은근과 끈기. 이런 것들을 조직생활의 핵심가치로 삼는 사람들이야말고 진짜로 경쟁력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시각에서 명단을 다시보니 이것은 매우 그럴싸한 공통점으로 보인다. 1월 개각에서 중용된 세명의 장관들도 모두가 전 정권하에서 요직을 거친 분들이긴 하나 나름대로 소신을 가진 것이 공통점이라고 하니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올곧은 가치관, 경쟁력 있는 가치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훌륭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 이 또한 우리의 미래를 밝게하는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