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시행 일주일을 앞둔 28일 증권업협회는 자통법 하에서의 금융투자상품 판매절차 등을 담은 ‘표준투자권유준칙’을 당초 원안대로 확정해 은행, 증권사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회사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전문투자자 확인증 발급기관인 금융투자협회의 관련 규정이 부랴부랴 확정된 것이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도 증권선물거래소의 자통법 관련 공시규정 제·개정안을 승인하고, 자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달 4일부터 고객들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창구에서 전담 직원과의 면담 등을 통해 투자자의 투자경험과 투자목적, 자산현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성향을 고려해 적합한 금융투자상품을 권유받게 된다.
자통법상 투자자보호 강화와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적합성의 원칙’과 ‘Know Your Customer Rule’(고객숙지 요청)에 따라 주식과 주식형펀드 등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해서는 투자권유를 받기 어려워지고, 투자성향에 적합한 상품만을 권유받을 수 있다.
시장상황에 따라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투자상품을 권유받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사를 추가로 밝혀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구조가 복잡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가입절차가 보다 복잡해지고 엄격해지는 만큼 당초 주식형펀드나 주식 등 잘 알려진 대중적 상품에 대해서는 ‘투자위험도 분류 기준’에서 제외해 증권사 자율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번 표준준칙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협회 관계자는 “이들을 제외한다면 ‘투자위험도 분류기준’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어 원안대로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고객의 불편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는 투자자를 파악하고, 적합한 금융투자상품을 권유하고,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 투자자를 완전히 이해시킨 후 의사 확인을 전제로 투자상품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판매와 관련한 명확한 지침이 아직도 미확정이기 때문에 혼선은 일정 정도 가중될 가능성도 높다.
이밖에 자통법상의 환경에 맞추기 위해서는 이해상충 방지와 관련 전산 시스템 등 IT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만 일부 대형 증권사들을 제외하면 법 시행에 맞춰 마무리짓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법 시행 이후 당분간은 후속작업에 몰두해야 할 입장이다.
파생상품 등에 대한 투자위험등급제 등 원칙만 정해놓고 구체적인 안을 설정하지 못한 현안도 시급하다.
아울러 자통법 제정시 핵심 이슈가 됐던 소액지급결제망 가입을 둘러싼 은행권과의 갈등도 가입비 규모는 대체로 합의했지만, 거액에 대한 분납 기간 등을 놓고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결제망에 들어가도 본격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올 하반기에나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통법이 하위 법규와 충돌하는 측면도 있다. 자통법이 네거티브 시스템을 갖고 있으나, 시행령과 감독규정 등의 하위 법규에서 일부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같은 지연과 미비를 놓고 시행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 자체를 늑장통과시켰던 정치권을 향한 원망의 눈총도 따갑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