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 선진화 취지에 맞는 규제완화 필요
2월 4일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자본시장통합법이 드디어 시행이 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라는 다소 긴 이름이 이 법의 정식명칭이다. (물론 법안명칭은 다 붙여쓰기를 해야 하지만 편의상 띄어쓰기를 하였다.) 처음에 이 법의 제정이 추진되기 시작 하였을 때 법안의 명칭은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로 붙였었다. 그런데 이를 약자로 만들어보니까 금자법이 되는데 이 단어는 당시 유행하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연상하게 하는데다가 그 영화의 유명한 대사가 “너나 잘하세요”라는 다소 냉소적인 말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결국 법안의 정식 명칭을 새로이 고쳐서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의 단어의 위치를 바꾸게 되었다. 그 이후 6개 법안이 통합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원래 명칭보다는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별칭이 더 유명해져서 아예 정식명칭처럼 쓰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자본시장 통합법의 내용을 보면 대략 4가지의 큰 틀로 짜여져 있다. 금융투자자보호 강화, 감독의 기능별 개편, 금융투자상품의 제정과 범위 확대, 그리고 금융투자업 내의 겸영확대 이다.
이중 감독의 기능별 규제는 계속해서 추진되어야 할 사항이고 나머지의 목표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법이 제정되어 시행될 예정인 상태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 닥쳤고 이러한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투자금융사에 대한 느슨한 규제감독이라는 사실이 지적되면서 이 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보다 강화되게 되었다.
사실 예금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금융상품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하고 이를 다시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나누어 분류한 후 이에 대해 다양한 규율체계를 마련한 점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파생상품의 경우 전체를 장내상품과 장외상품으로 분류한 후 장외상품에 대해서 상당한 규제책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문제점도 많다는 점도 지적이다. 주지하다시피 장외파생상품의 핵심은 자유로운 계약을 통해 고객과 금융기관 간에 맞춤형의 금융상품이 만들어지고 계약이 된다는 점인데 이에 대한 규제가 너무 강할 경우 장외상품의 본질에 훼손이 올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한 쪽을 강화하면 다른 쪽이 힘들어지는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장외상품의 경우 최대한 자유롭게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키코계약으로 인해 장외파생상품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고는 있으나 이 상품 하나를 가지고 모든 상품에 대한 규율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이므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투자자보호장치도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객정보확인의무 적합성원칙적용 설명의무로 이어지는 투자자보호 장치는 지키기가 상당히 어려운 엄격한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물론 고객이 먼저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적합성 원칙 등의 적용이 제외되지만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 적합성은 물론 설명 원칙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 또한 최근 해외펀드를 포함한 펀드시장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의 입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규제가 도입되는 바람에 규제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본시장통합법 47조에는 투자권유 시 설명의무에 관한 조항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법에 의해 제정된 시행령 53조는 설명사항으로 투자성의 구조 및 성격, 수수료, 조기상환조건, 해지해제 사항을 지적하고 있고 시행령 52조는 설명의 정도를 “일반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라는 투상적인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서명 기명날인 녹취 전자우편 전자통신 등의 수단을 통해 확인하도록 규정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표현의 범위는 지켜지기가 힘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의무를 다 지켰다는 것을 분명히 하려면 예를 들어 한시간을 설명해도 모자라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결국 펀드상품의 판매가 상당 부분 힘들어질 것이다. 물론 준비된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대부분의 사항을 다 숙지한 후에 자발적으로 가입하기를 기대해야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드물 것이라 보면 향후 금융투자상품의 판매환경은 상당 부분 열악해질 것이므로 이에 대한 보완적이 조치도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 의무를 하나의 덩어리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자본시장통합법을 토대로 한 소송이 이루어진 예가 아직은 없으므로 향후 사법부의 판례 추이를 잘 보아가며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투자협회가 탄생하면서 자율규제기관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 감독기관의 제재조치와의 중복문제도 잘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자율규제의 경우 절차적 적정성이 중요하다고 보이므로 이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도 잘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이 법이 지향하는 목표와 시행 방침및 시행방식 등에서 많은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나오고 있고 영업환경이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이 법을 시행해 가면서 표출되는 문제점을 잘 관찰하면서 계속해서 이 법에 대한 보완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의 취지 중에 하나가 제대로 된 투자은행을 육성하자는 것이므로 금융기관에게 지나치게 굴레를 씌울 경우 이러한 취지는 무색해 지는 것이므로 당국의 전향적인 움직임을 기대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투자은행업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시각이 표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투자은행이 너무 규제가 없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규제가 작동하면서 발전이 저해된 것이 현실이었으므로 어느 정도까지는 규제를 풀고 굴레를 벗겨서 발전의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제 시행되는 자본시장 통합법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국내자본시장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