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보험사들의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 의무화 시기를 오는 4월에서 최대 2년간 연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영 여건이 나빠지는 보험사의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최고 2년간 현행 지급여력비율제도와 RBC제도 가운데 선택할 수 있게 돼 그동안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사들의 경우에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들은 이러한 금융감독당국의 정책변경에 대해 불만이 높다.
특히 일부 외국계 생보사들과 대형생보사들의 경우에는 감독당국의 RBC제도 유예결정에 대해 환영을 하면서도 내심 불만이 크다.
RBC제도는 보험사가 주가·금리·환율의 변동 위험, 상품의 부실 판매와 금융사고로 인한 손실위험, 거래 상대방의 채무 불이행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자기자본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지급여력비율제도는 보험 상품의 운용 위험성을 주로 측정해 자기자본을 쌓도록 되어 있어 RBC제도 시행이 의무화가 되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이에 대형사들과 일부 외국계 생보사들은 RBC제도 시행준비를 완료하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또한 지급여력비율이 150%대에 있던 생보사들도 증자 및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급히 자본을 확충해왔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갑자기 유예결정을 내림에 따라 그동안 급하게 진행해왔던 노력들이 빛을 잃어버리게 된 것.
한 대형사 실무자는 “감독당국이 RBC제도 의무화 시기를 연기하거나 유예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 작년 10월부터 제도도입을 준비해왔다”며 “유예기간이 생김으로 인해 시간적 여유는 생겼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호소했다.
또 감독당국의 감독정책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것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예정대로 RBC제도 도입을 위해 지난해 11월 초 재무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비율이 150% 이하로 낮아진 9개 생보사와 6개 손보사 등 총 15개 보험사에 자본확충 계획을 내도록 권고했다.
또 지난해 은행 바젤2 의무화를 1년 유예결정을 내렸을 당시에도 감독당국은 보험사의 RBC제도 의무화 연기 및 유예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이에대해 대형 생보사 임원은 “정부의 정책이 수시로 변경되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기가 힘들다”며 “이렇게 되면 보험사에서도 단기 계획만 수립할 수밖에 없어 적극적인 경영개선 의지를 약하게 만드는 결과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