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첫 삽을 뜬 뒤 재작년에 4차례의 공청회, 7차례 설명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6년 여만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안한 경제상황과 맞물려 자통법에 대해 말들이 많다.
지난해 베어스턴스 등 대형투자은행들이 잇따라 무너지며 자통법의 근간인 미국식 IB모델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리먼 브라더스, AIG 등 대형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부실의 덫에 걸려 일부는 파산하거나 나머지는 정부의 대대적인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며 생존을 걱정할 처지다. 물론 대형투자은행들의 파산은 세계증시 폭락의 불씨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충격 때문에 자통법 반대 혹은 유보론도 심심치않게 흘러나온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식 자본시장 모델인 자통법을 시행하는 것이 위험을 증폭시킨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주요 근거는 미국 IB모델의 실패다.
하지만 미국 IB모델을 우리나라 자통법과 똑같은 잣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엄밀히 말해 미국IB 몰락은 IB의 기초모델인 ‘겸업, 융복합화’가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에서 비롯됐다. 자기돈에 비해 턱없이 많은 비우량담보부 채권을 발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2차, 3차로 나누고 쪼갠 탓에 부동산 급락침체로 부실이 터지자 연쇄 도미노 부실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또 무조건 규제를 풀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자통법 시행되면 오히려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다.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 5가지 원칙이 적용되고, 불완전판매의 입증책임도 소비자가 아니라 금융회사로 그 공이 넘어간다. 소비자는 자통법시행으로 훨씬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나고, 한편으론 투자목적, 위험성향 등에 적합한 거래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자통법은 금융권에 규제완화의 당근을 주는 대신 투자자보호라는 규제강화의 채찍을 드는 만큼 ‘미국IB모델 실패=자통법 유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 IB모델의 몰락을 거울삼아 보완할 수도 있다.
예컨대 이번 개정안에 헤지펀드라도 레버리지 한도를 정하고 투자판단과 위험부담 능력을 갖춘 적격투자자에 한해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식으로 보완책도 마련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소탐대실에 매달려 국내 금융시장을 선진화할 기회를 놓치지 않길 기대해본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