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가 서 있으면 소나무 숲이 되고
굴참나무가 서 있으면 굴참나무 숲이 되는
1월의 숲에 가야겠다
오늘 하루 지은 죄를 용서하시고
내일은 손톱만한 죄도 짓지 않게 하소서
푸른 이마를 새벽하늘에 대고
고요히 기도하는 소나무 숲 속에 혼자 가야겠다
참나무 가지에서 눈꽃송이가 떨어지고
숲 속 눈 덮인 덤불 사이를 옮겨나는 작은 새 한 마리,
그 놈 뒤꽁무니에 앉아
내 스스로 잘 모르는 죄에 대해서 물어야겠다
침엽수 눈부신 바늘잎 사이로 아침 햇살이 쏟아진다
나는 뒤를 돌아보다 마른 청미래덩굴에 걸려 넘어졌다
버리지 못한 무슨 허욕이 있어 시간의 뒤를 돌아다 본 것일까
가까이 울음 우는 새 한 마리 없었다면
일어서지 못했으리
겨울 숲 속에 가야겠다
소나무 전나무 굴참나무가 모여 숲이 되는
신생의 바람 속으로 가야겠다
마른 가지끼리 만나도 다시 숲이 되는
1월의 숲 속에서 겸허히 남루를 벗고
멀리 용마루 넘어 울려오는
소 울음소리에 빈 몸으로 깨어나야겠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