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의 경제학자, 디아스-알레한드로 교수는 “금융억압이 물러가자 금융붕괴가 온다”고 주장했다. 80년대 중남미 여러나라에서 금융자유화 및 규제완화가 추진된 이후 금융위기를 맞이한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자유화, 개방화 등 규제완화가 강조되었다. 금리가 자유화되고,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확대되고 국가 간의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의 중남미 및 1990년대 동아시아 여러나라의 금융위기는 뭐니 뭐니 해도 투명성의 결여가 위기의 주요원인이었다. 중남미와 동아시아 신흥시장국 금융시장은 투명성을 담보할만한 금융의 인프라가 미비했다.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게다가 각종 규제완화와 금융자유화 개방화 등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더욱 훼손시키고 위험관리를 어렵게 했다. 이것이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다.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는 경쟁을 촉진한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규제완화는 금융혁신을 촉진하고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누구도 첨단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투자자는 물론 금융기관, 감독당국, 신용평가기관 등도 위험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거래는 자연히 투명성이 결여되는 문제를 제기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규제완화에 따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은 발달했지만 규제완화, 금융혁신 및 기술발달에 따른 첨단 금융상품의 출현은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한다. 금융시장이 낙후된 신흥시장국 뿐 아니라 첨단 금융산업을 자랑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오늘날 선진금융시장의 중심에는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거대금융기관들이 복잡한 신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이들 금융기관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모니터링 해야 하지만 과연 그들이 그럴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온갖 헤지펀드, 투자펀드 및 LBO(Leverage Buy Out)가 난무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융감독의 국제공조와 투명성 제고가 요구되고 세계적으로 규제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최근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이른바 ‘신(新)자유주의’ 진영은 커다란 충격을 입었다. 미국에서 그동안 금융규제 완화와 무분별한 대출이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웠고 그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병들었다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가 그리고 규제완화만이 일률적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경우, 저소득층 주택 소유를 늘리기 위해 금융회사에 주택대출 심사를 완화하도록 하고, 저소득층 주택대출 실적을 금융회사의 평가 기준으로 삼은 ‘지역 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강화한 것이 미국의 주택버블을 키웠다. 즉, 규제 완화가 아닌 ‘정부의 잘못된 규제’가 주택시장에 과잉 유동성을 공급하고위험관리를 어렵게 함으로써 금융위기를 낳았다.
그 결과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금융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의 선진자본시장에서도 금융위기는 발생한 것이다. 금융시장의 투명성이 결여된 것이 위기관리를 어렵게 하고 금융위기를 초래한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투명성 제고를 위한 금융감독 강화가 필요하다. 모든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정책당국의 과잉 유동성 공급과 부실한 금융감독이 원인이다. 따라서 “부적절한 규제완화”에 못지않게 감독부실과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유발하는 “잘못된 규제”가 금융위기를 초래한다.
금융위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금융위기 후에는 재발방지를 위해서 언제나 규제가 강화되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금융규제 및 감독소홀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모기지 대출 및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신용평가와 회계제도 개선 등 금융시스템의 투명성 제고와 금융감독 강화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금융시장의 규제가 완화될수록 투명성 제고를 위한 건전성 감독은 강화되어야 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