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소개하였듯이 저는 취임사에서 ‘독한 경영’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국정감사장의 업무보고에서도 언급했습니다.
어떤 의원님이 사석에서 물었습니다. “독한 경영이 어디서 도입된 거냐”구요. 물론 저의 아이디어라고 대답했습니다. 과문(寡聞)한 탓으로 왕년에 이미 나왔던 개념을 제가 모르고 하는 대답인지 모르겠습니다.
독한 경영이 좋은 점
‘독한 경영’을 세 달간 실천하면서 느낀 바가 있어 오늘 또 한 번 다뤄보고자 합니다. 제가 주창해서가 아니라, 어느 지인의 말대로 이 어려운 때에 ‘독한 경영’이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독한’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와 상징성이 좋습니다. 조직원으로서 그 말을 들으면 누구나 긴장하게 됩니다. 예사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뭔가 독하게 마음먹어야 되겠다고 각오가 달라집니다.
네이밍(naming)의 중요성을 ‘독한 경영’에서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CEO가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다부진 경영전략을 세웠다 칩시다. 그렇더라도 그 명칭을 ‘헬렐레 경영’이나 ‘느긋한 경영’이라고 이름 붙인다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가 어떻겠습니까?
‘독한 경영’을 선언했더니 우리 사원들의 자세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어떤 사업자가 우리 직원에게 저녁 식사라도 함께 하자고 했더니 이렇게 대답 하더랍니다. “아휴, 누구 죽일 일 있습니까? 우리 사장이 독한 경영을 하기 때문에 어림없습니다.” 이것 하나만 봐도 ‘독한’이 주는 효과는 분명이 있습니다.
이미 말씀 드린 바 있듯이 독한 경영은 ‘악랄한 경영’이나 ‘독종 경영’이 아닙니다. 임직원을 달달 볶아대고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하드 워크(Hard Work)나 극단경영(Extreme Management)이 아닙니다. 독한 경영은 올바른 기준과 원칙을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철저히 지키고 실천하는 경영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Precise Management라고 한 것입니다.(영어를 잘 아시는 분들 중에 Precise Management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의미나 어감상 이게 마음에 듭니다.)
‘독한 경영’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은 단순명료하면서 생명력이 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에서 여러 가지 경영기법을 천명했습니다. 고객만족경영, 식스 시그마, 비상경영, 위기경영 등등 말입니다.
시비를 걸 생각은 결코 없지만, 고객만족경영은 너무 진부하고 식스 시그마는 여전히 낯섭니다. 요즘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렵다보니 ‘비상경영’이니 ‘위기경영’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어나더군요. 그러나 그런 것은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 우려가 큽니다. ‘비상경영’이면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경영입니다. 비상사태가 해소되면 소멸시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위기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일류기업의 CEO들 중에는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일류기업이고 선두주자라 하더라도 위기의식이 없이 풍요를 만끽하거나 방심하면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끊임없는 위기의식으로 긴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위기의식이라는 말만 남고 정말 위기의식은 실종되고 맙니다. 조직원들로부터 “수익도 좋고 태평한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항변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위기일수록 원칙과 정도
며칠 전, 어떤 일간지에 정운찬 前서울대 총장님의 글이 실렸더군요. 요즘의 위기상황에 대한 언급이었는데 주제는 ‘위기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아니, 위기때 뿐만이 아니라 위기 자체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시부터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런 기업, 그런 조직이라야 위기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모두들 힘들다고 합니다. 세계적 추세이니 당분간 어려운 상황은 각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수록 원칙대로 해야 합니다. 원칙대로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독하고 모진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칙’은 ‘독함’과 일맥상통하는 이어동의(異語同意)입니다. 우리 모두 ‘원칙’과 ‘독함’으로 난국을 극복해냅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