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엔 살아남아야 할 절대절명의 과제만 남아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현재와 같은 불황에선 모든 기업들이 ‘생존 모드’로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달 24일, 연구소 기공을 위해서 한국을 방문한 미국 3M의 조지 버클리 회장의 의견이다. 조지 회장이 보는 ‘생존 모드’의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불황에서 수익성보다 현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위기에 처하게 되지요. 그래서 3M은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기업인수 활동을 중단했으면, 꼭 필요치 않은 비용들을 줄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위급 상황에 대비하여 불필요하거나 긴요하지 않은 자금 지출을 줄이고 자금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량 기업 중에서도 우량 기업으로 통하는 3M조차 최근의 경제 위기를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내비친 언급이라 생각한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전이되어 가는 과정에서 심각한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이런 와중에서 일부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높다. 과도하게 부풀어진 자산 가격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디레버리지’과정에 들어가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에 대한 대출의 롤오버 불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불황의 심화에 따라 매출 급감이라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이미 갖고 있는 부채에 대한 롤오버나 신규 대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출 둔화에 따른 수입원에 대한 타격은 일부 기업을 극한 상황으로 내 몰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이런 현상이 얼마나 심각하게 발생할 지 그리고 어느 정도 기업이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실물위기로 인한 일부 기업들의 어려움은 막 시작된 단계라는 추측이 들 뿐이다. 지난 9월 25일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부채보다 더욱 심각한 디레버리지’라는 기사를 통해서 일부 기업들의 신용위기를 전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과 가계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은 지난 10년 이상의 신용거품을 끄는 일이다. 이 거품을 수 개월 안에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된 것이다. 특히 많은 자금을 빌린 자동차기업들의 경우에 이미 부채를 상환하는데 골치를 썩고 있고 그들의 부도위험률은 10%까지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문제가 유동성 위기 문제로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C&그룹은 이번 금융위기 이후에 불거지기 시작한 유동성 위기의 첫 번째 사례에 속한다. 빠른 속도로 인수합병을 통해서 그룹의 외형을 성장시켜온 C&그룹이 경기침체와 운영자금의 부족 그리고 신규 대출이 막힘에 따라서 결국 워크아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주 감소나 미분양 아파트의 적체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조선업이나 건설업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유동성 위기의 무서움을 잘 안다. 설령 수년 혹은 수 십년 동안 건실하게 사업을 운영해 왔다고 하더라도 특정 순간에 유동성 위기 때문에 얼마든지 기업을 결정적인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늘 성장과 위험 사이에는 교환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가들은 미래를 가능한 낙관적으로 보고 부채를 끌어서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게 된다. 사업가들이 가진 그 같은 낙관적인 성향 때문에 자본주의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서 확장을 계속해 나가게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앞을 내다보는 일에서 지나치게 낙관주의에 압도된다면 앞을 읽는 일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C& 그룹의 사례는 시사적이다. 금융위기의 징후가 여기저기서 포착되는 지난 해 까지도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를 계속해 온 일은 지나친 낙관주의가 낳은 실책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기업들은 저마다 ‘생존모드’가 지배하는 험한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고전을 면할 수 밖에 없는 기본 사업의 매출액을 커버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아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경제 상황이란 늘 업과 다운을 반복하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다운 턴을 벗어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할 절대절명의 과제가 모든 기업들에게 주요 과제로 던져진 셈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