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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8-10-22 23:20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경제학 박사

가을이 깊어간다. 하지만 아직도 하복을 입을 만큼 한낮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고 있다. 더위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가을은 결혼의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날아드는 청첩장이 만만치 않다. 공휴일 같은 때는 하루에 2~3곳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큰 대사이므로 축하해주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없지 않다. 워낙 교통이 발달된 탓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혼사에도 참석해야 한다. 웬만한 친구 정도만 돼도 서울에 살면서 부산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전 같으면 아주 가까운 친인척이 아닌 한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한번 행차하면 하룻밤을 지새는 각오를 할 만큼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청첩 스트레스 그뿐이 아니다. 차량이 엄청나게 많아짐으로써 교통체증을 각오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1700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10년 전, 1000만대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늘어났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정말 엄청 늘었다.

사정이 이러니 설령 가까운 곳의 결혼식에 참석하더라도 한나절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예삿일이 되었다. 서울 시내에서도 두 곳 정도의 결혼식에 참석하면 하루해가 저문다. 독일에서 온 어느 학자가 한국의 교통체증을 보고 업무를 전화로 해결하거나 결혼식 등에 오고가지만 않아도 소통이 훨씬 잘 될 거라고 했는데 괜한 소리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요즘의 결혼은 시도 때도 없다. 평일에도 하고 저녁에도 하고 밤에도 한다. 예전에는 적어도 평일 저녁이나 밤에 결혼식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주팔자나 궁합에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현대인의 일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통신이 발달하고 인터넷이 발달하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그만큼 더 바빠졌다. 바쁜 일상이기에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가 된다. 축의금을 내야 한다는 금전적 스트레스도 있지만 시간을 쪼개야 하고, 생업에 지장을 받고, 쉴 때 쉬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다.

얼마 전, 그런 스트레스를 느끼며 결혼식에 가다가 차중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해서 청첩장에 축의금을 보낼 계좌번호를 기재하자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청첩장이 ‘고지서’ 기능을 하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축의금에 신경을 안 쓴다고 시침을 떼도 십시일반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고 그 또한 미풍양속이라 할 수도 있다.

용감무쌍하고 대담하게 계좌번호를 적은 청첩장을 간혹 보게 되는 데, 사람들은 그걸 보고 너무 노골적이라고 흉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아무리 점잖게 ‘화환은 정중히 사절합니다’라고 하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그 대신 현금으로 주세요’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아예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인쇄하는 서비스정신(?)을 발휘하는 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먼 거리의 결혼식에 갈까 말까 눈치 볼 것도 없고, “바쁜 일로 참석을 못하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궁색한 전화를 걸 필요도 없다. 시간도 절약하고 휘발유도 절약하고 교통비도 절약하고 전화료도 절약하고 교통체증도 조금은 덜어질 것이다. 피로연이라는 이름의 음식 값도 절약될 것이고 그만큼 축의금의 부조 효과는 더 높거나 아니면 반대로 축의금액을 낮출 수도 있다.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일거다득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뉴스를 보니까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고 조의금을 카드로 받는다고 하였다. 단말기에서 상주 이름을 선택한 뒤 자기 이름과 조의금액을 표시하고 서명을 하면 영수증이 발급되는 시스템이다. 유가족들은 빈소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을 통해 조의금을 낸 조문객의 이름과 액수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엇갈린다. 편리하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너무 삭막하다는 의견도 있다.

축의금 문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너무 장삿속 같지 않냐는 비판이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끈질기게 결혼식에 참석하면 된다.

결혼 청첩의 의미를 모르고 지나치게 계산적이라거나 얍삽한 생각이라고 나무라지 마시고, 지구온난화로 머리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고 질책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나의 글로 ‘계좌번호 알림’이 자연스런 현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 않은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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