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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추억

주성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8-10-08 22:48

# 장면 하나. 논 옆 배수로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연쇄살인범에게 한 초등학생이 뭐 하냐고 묻자 “과거에 내가 했던 일이 생각나서...”라며 대답하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라스트씬.

# 장면 둘. 모 은행이 ‘외화모으기’ 범국민 캠페인을 실시한다는 뉴스를 보며 혀를 차는 부인에게 왜 그러냐고 남편이 묻자 “10년 전 저 은행에 우리 애 돌반지를 내놓았던 게 생각나서...”라며 쌀쌀맞게 대답하는 2008년 10월 어느 한 가정의 아침 풍경.

지난 6일 있었던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여권의 두 국회의원이 강만수 장관에게 달러모으기 행사라도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을 했다는 뉴스가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집집마다 100달러, 500달러 정도는 있을 것이다”라는 국회의원의 발언은 논외로 치더라도 달러모으기 행사 제안이 10여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의 금모으기 운동을 연상시키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작지 않은 논란거리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두 국회의원의 제안에 강 장관이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정부가 나서긴 어렵다. 민간 차원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답한 발언은 앞으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달러모으기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강 장관의 발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정작 문제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장관의 발언이 있고 난 다음날 모 은행이 보도자료를 배포해 가며 ‘외화모으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고 나섰다는데 있다.

원/달러 환율폭등에 따른 기업들의 외화 유동성 부족을 대비하자는 이번 행사의 취지를 십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여기에 행사실시 시기가 ‘달러모으기는 민간 차원에서 할일’이라는 경제수장의 발언 시기와 공교롭게 겹쳐 오해를 받는 억울한 심정도 이해 못 할 바는 역시 아니다.

하지만 내 눈 위에 걸쳐진 색안경을 벗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나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더욱이 은행창구에 줄지어 서서 자녀의 돌반지 등을 내놓았던 10여년 전 금모으기 운동이 과연 순수하게 민간 차원에서 일어났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주성식 기자 juhod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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