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권사들의 지급결제 서비스 참여를 놓고 갈등을 보였던 데 이어 올들어 결제망 가입비를 둘러싼 은행·증권업계 양측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것.
문제는 이같은 이견 조율이 장기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등 실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사실상 진입장벽” = 증권업계는 은행들이 지급결제망 가입을 놓고 과도한 가입비를 고집하고 있어 준비작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자통법 시행이후에도 정상적인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가입비를 이렇게 과도하게 책정하는 것은 사실상의 진입장벽”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올들어 이같은 비용 문제를 놓고 증권업계는 과도한 비용부담이라며 낮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양측은 수개월간 이같은 서비스 가입비 문제를 놓고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
증권업계는 금융결제원이 가입비 산정 및 시스템 구축 투자내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가입금을 산정 기준을 마련하면서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에 한정될 증권업계에 각각의 증권사들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높은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CD기 무상이용이익’ 항목은 가입비 액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급결제 서비스 이용 고객이 은행보다 훨씬 적은 증권사들에게 은행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증권업협회는 “은행에 비해 지점수가 비교할 만큼 현격히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사실상 지급결제 서비스에 나설 수 없다”고 반발했다.
◆ “원칙 따라 적용” = 이에 대해 금융결제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중·소형사간의 가입비 차등 책정은 이미 예전부터 밝혀온 방안이라며 증권사들의 자기자본과 지점 수 등을 고려해서 가입비를 현실적으로 책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결제원은 이같은 책정비를 증권업협회에 다시 통보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 제정된 가입비 산정 기준은 언제나 예외없이 적용돼 왔다는 설명이다.
원칙에 따른 산정에 증권사들이 기준을 바꿔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시스템 구축 비용 등 그동안의 투자금액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현재 책정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받아야 하는 것이 실질적인 형평에 맞는다는 것.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올들어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미 잘 알려진 가입비용에 대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증권업계로부터 결제망 가입 비용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지급결제망 가입설명회 등을 통해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8개 증권사에 대해 242억~331억원, 자기자본 5000억~1조원 사이의 5개사에 대해서는 191억~226억원, 5000억 미만인 22개사는 173억~209억원의 가입비를 책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1년 순이익이 500억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이처럼 고액의 가입비를 부담할 여력이 없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