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대차거래는 덩치가 큰 기관투자자들이 대상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다시 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예컨대 하락장세가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약세장서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각광 중인 것. 현재 대차거래는 증권예탁원과 한국증권금융 및 일부 증권사들의 중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증권예탁결제원을 통한 주식대차거래는 13억 7,475만주 체결금액 기준 59조 9,727억원으로 전년 동기 30조 9,435억원 대비 무려 93.8%규모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표 참조)
2008년 상반기 체결금액 기준으로 대차거래규모가 큰 종목으로는 포스코(4조 4,382억원), 삼성전자(3조 553억원), 현대자동차(3조 81억원), 하이닉스반도체(2조 8,596억원)등 상위 10개사 종목의 전체 거래대금(24조 1,356억원)의 40.2%를 차지했다.
특히 대폭 늘어난 상반기 주식대차시장의 거래 규모 가운데, 외국인기관의 차입거래금액 규모 증가세도 뚜렷해 지속적인 외국인 집중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기관 차입거래금액은 전년 동기 28조 1,923억 대비 27조원 이상 증가한 55조 9,668억원으로 전체 대차시장 거래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3.3%에 달하고 있는 것.
증권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외국인들의 집중화는 외국환거래규정개정에 따른 외국인 참가자들의 차입신고 면제 한도 확대와 차익 거래 및 재대여 목적의 차입수요 확대로 풀이된다”면서 “아울러 대형증권회사 중심의 대차거래 활용도 증가도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에서 외국인들의 대차거래 집중화로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증권금융 중개업무실 박용석 실장은 “외국인들이 대차거래 차입후 시장에 곧바로 매도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외국인들의 대차거래 증가가 매도세로 연결돼 증시 하락을 부추긴다는 일각의 시각은 다소 과장된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주식대차거래와 더불어 채권대차거래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지난 3월 이후 현, 선물간 금리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채권차익 대차거래 규모가 지난 10월 대비 2배가 넘게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도 일부 기관의 경우 채권 대차거래의 수수료가 너무 싸다는 인식과 거래 대금 규모의 부담으로 대여자로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금 중개업무실 박용석 실장은 “주식대차거래 대비 채권대차거래는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기관들이 대여자로서 참여를 꺼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외국의 경우, 오히려 채권대차거래가 주식대차거래 대비 거래규모가 더 활발하는 등 관련 시장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실장은 “국내에서도 주식대차거래와 더불어 채권대차거래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시장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대차거래와 관련 기대반 우려반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파생상품팀 최창규 과장은 “올 상반기 대규모로 급증한 대차거래 급증이 증시 수급 기반을 무너뜨려, 체력이 약해진 국내증시의 조정 원인으로 작용중인 것도 사실”이라며 “향후 장 방향을 쉽게 예견하기 힘든 만큼, 대차거래 규모 급증도 지속적으로 이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다만, 조정을 보이던 증시가 추세적 상승 국면에 진입하면, 대차거래가 지수를 끌어 당기는 역할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이호상 파생상품담당연구원은 “최근 증시수급이 워낙 약하다보니 대차거래 급증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보이지만, 지난 2004년 이후 코스피 흐름과 대차잔고는 유사한 수준으로 흘러갔다”면서 “즉 대차거래를 증시 조정의 원인으로만 결부시키지 말고, 글로벌증시 약세로 대체투자쪽 흐름이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으로 진단할 만 하다”고 분석했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