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기관들은 증권·선물회사로부터 받고 있는 주식·선물·옵션·채권 등 모든 거래상품에 대한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20% 일괄 인하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증권·선물회사들은 증권·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거래대금의 일정비율을 투자자로부터 징수해 이중 일부를 증권유관기관에 수수료 명목의 거래회비로 납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준의 거래규모를 전제로 할 때 이번 수수료 인하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연간 증권선물거래소 755억원, 증권예탁결제원 220억원, 증권업협회 114억원, 선물협회 11억원 등 네 개 기관 1100억원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인하 조치를 통해 증권유관기관의 수입 및 예산감소로 이어져 경영효율성 제고를 촉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거래비용이 절감됨으로써 증권·선물거래 확대에 따른 시장활성화, 거래량 증대 등 증시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나아가 이같은 수수료 절감은 투자자들의 소비진작에도 효과를 줘 전반적인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유관기관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투자자들이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증권·선물회사가 투자자로부터 받는 거래수수료도 낮추도록 요청하는 등의 노력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곱지 않은 해석도 나온다. 신정부 출범이후 일부 공기업 등에 대한 방만경영 등이 눈총을 받아왔고, 증권유관기관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 때문이다.
올초 증권선물거래소의 골프접대비 과다 책정 등 방만경영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경고와 금융감독원의 지속적인 관리감독 강화가 이어졌고, 지난달 증권예탁결제원의 신입사원 입사 부정과 관련해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예탁결제원의 수입 대부분은 증권사가 내는 수수료에서 나온다.
고객이 주식을 매매할 때마다 거래대금의 0.00932%를 유관기관에 수수료로 납부한다. 증권선물거래소가 거래대금의 0.00 555%, 예탁결제원과 증권업협회가 각각 0.00275%, 0.00102%를 받는다. 예탁결제원의 2007년도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로부터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은 전체 영업수익의 71%를 차지하는 1052억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낸 수수료로 앉아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낭비해 왔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며 “앞으로 거래 폭증으로 늘어난 수입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수수료를 낮추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관기관들도 과거의 모습으로부터 탈피해 합리적인 경영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장 비판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5일 개원기념일에 예탁결제원이 윤리경영실천 서약을 한 것을 놓고 업계 일각에서는 감사 결과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는 목소리를 냈다. 금융위는 시장효율화위원회를 지난 2일 열고 증권유관기관이 요청한 수수료 인하(안)을 원안대로 심의해 자통법 시행 및 협회통합 등 외부 환경변화와 감사원의 공기업 감사결과 등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수수료 인하 및 수수료체계 합리화에 대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증권유관기관 등 업계에 권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기업의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에 적극적인 호응과 유관기관의 경영 효율성 제고로 이어져 결국 투자자들에게 근본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에 대한 시행은 증권유관기관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최대한 조속히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예탁결제원의 경우 이미 이달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며 업계에서는 다른 기관들도 이르면 이달 안에 인하된 수수료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수수료 인하 조치가 최종 소비자인 투자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증권협회·선물협회가 사장단 간담회를 조속히 개최해 증권·선물회사가 투자자로부터 받는 평균 0.18% 수준의 위탁수수료로 더 낮춰 줄 것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이번 인하 조치와 관련해 거래소 등 유관기관들은 예산 편성과 집행 투명성 등 경영투명성을 보다 높이고, 투자자들에 대한 교육 사업과 사회공헌 활동 등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