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증권 등 대형사들이 이달 들어 잇따라 업계 최저수준의 수수료를 제시하면서 키움·이트레이드증권 등 온라인시장의 강자들 또한 이에 질세라 잇딴 인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당초 하나대투증권만으로는 수수료인하 경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수수료 인하 경쟁 대열에 다수 회사들이 뛰어들면서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지난 21일부터 하나대투증권을 시작으로 은행연계계좌 수수료인 인하경쟁을 벌여오고 있는 증권업계는 하나대투증권, 동양종금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속속 0.015%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다가 0% 수수료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니냐는 씁쓸한 뒷말도 무성하다.
특히 지난해 한 때 인하를 추진하다가 보류했던 대우증권도 언제든지 인하경쟁을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을 이미 마친 상태기 때문에 이같은 경쟁이 심화된다면 즉각적인 인하에 나설 수 있다.
또 현대증권 등 타 증권사들도 온라인수수료 인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며 수수료 인하 동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주춤했던 수수료 인하 경쟁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시장 1위인 키움증권 급기야 김봉수 사장이 직접 나서 브리핑까지 열었다.
28일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 매매 수수료를 5월 6일부터 기존 0.025%에서 0.015%로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트레이드증권도 내달 2일부터 수수료를 기존 0.024%에서 0.01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수료 인하가 업계의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해 논란이 예상된다.
올들어 급락했던 증시 상황과 최근 들어서도 앞을 점치기 어려운 횡보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울며겨자 먹기식’ 수수료 인하 경쟁이 자칫 업계 전반에 수익성 악화와 과당경쟁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이날 키움증권 김봉수 사장은 “‘온라인 증권사가 오프라인 증권사보다 수수료가 비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고객들 항의에 할 말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어떤 경쟁자가 나타나도 ‘최저 수수료ㆍ최고 서비스’라는 원칙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해 향후 추가 수수료 인하 경쟁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키움증권의 수수료 인하가 연간 영업수익 300억원 가량 감소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이같은 영업수익 악화에 대해 향후 2~3년 안에 시장점유율을 높여 손실을 상쇄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누적영업수익 3950억원 가운데 수수료 수익 1270억원을 제외한 이자수익(20%)을 어떻게 증가시킬지에 대해선 아직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온라인펀드몰과 홍콩ㆍ일본 주식매매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커야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확대할 수 있고, 신용거래융자의 이자는 이자수익중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리테일 전쟁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