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그룹에 인수된 구 신흥증권은 새 사명을‘HUYNDAI IB증권’에서 논란 끝에 ‘현대차IB증권’으로 바꾸고, 출범했지만 현대증권과의 사명 갈등이 빚어져 채 한 달도 못돼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다. 법원의 ‘현대차IB증권’이란 사명 사용 금지 가처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 16일 현대증권이 “동일업종 회사인 옛 신흥증권이 ‘현대차 IB증권’으로 상호를 바꾼 것은 같은 계열사로 오인할 우려가 있어 부당하다”며 현대차IB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증권계 일반인들이 보기에 ‘현대’라는 표장을 사용하는 현대증권과 ‘현대차’라는 표장을 사용하는 ‘현대차IB증권’이 동일한 회사이거나 서로 계열 관계에 있는 회사인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아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IB증권’이란 사명을 2주 안에 다른 명칭으로 바꿔야 한다.
당초 현대차IB증권은 ‘HYUN DAI IB증권’이란 사명을 사용하려 했지만, 현대증권이 현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그간 쌓아온 명성에 무임승차하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현대차IB증권’으로 사명을 바꿨지만 이 역시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결국 법원은 현대증권의 손을 들어줬고, 현대차IB증권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미 전지점의 CI통합작업을 마쳤고, TV 및 신문 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손실도 만만치 않다.
지난 16일 박정인 현대차IB증권 회장은 “IB부문 빅5로 도약할 것”이라며 선언했지만, 이와 함께 법원의 판결이 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현대차IB증권은 법원 판결에 대한 이의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IB증권은 “변호인들과 이의신청 등 법률절차를 검토 중이며 최종 대응방안은 법원의 결정문을 받아본 후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2주 안에 간판을 내리고 영업도 할 수 없다는 해석도 있어 당혹스럽다”면서 “대승적인 해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IB증권이 현대모터스의 이니셜을 따 ‘HM투자증권’ 등 다른 이름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놓고 업계 일각에서는 증권사 신설과 인수·합병(M&A)을 놓고 비금융 제조업체의 증권업 진출이 증권업의 생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현대차IB증권은 그동안 신규 플레이어중에 가장 왕성하면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기존 증권사 인력들에 대한 공격적인 스카웃을 통해 조직을 정비하고, 그동안 작지만 강한 IB를 표방해왔다. 조기에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추가적인 M&A 없이 3년안에 IB 및 법인영업 분야 빅5에 진입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16개의 점포수를 3년안에 50개로 늘리고, 현재 350여명 수준의 인력을 500~600명선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현대차IB증권의 홍보담당자가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 발언을 했다가 다음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를 내는 등 초반에 매끄럽지 못한 모습도 노정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IB증권이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초기에 지나치게 성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현대차그룹의 경영진들이 빠른 시일 안에 증권업계의 생리와 질서를 잘 파악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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