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투자손실+추가비용 =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998.5원까지 치솟았다가 997원선으로 마감되며 사실상 1000원 시대를 기정사실화했다. 은행 창구에서 미 달러화를 사는 데 적용되는 대 고객 고시환율은 이미 1014.75원이 적용됐다. 원·달러 환율은 11영업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난 2006년 1월3일 1005.4원 이후 2년2개월만에 다시 네 자리의 원·달러 환율을 보게 될 전망이다. 최근 칼라일 캐피털 부도설 등으로 오름폭이 더 확대됐다.
헤지에 나선 투자자라면 투자손실분을 제외하고 나서도 선물환 계약원금 분의 달러를 매입해야 하는데, 달러를 살 때는 현재 환율이 적용되고, 되팔 때는 선물환 환율이 적용되면서 추가부담 요인이 발생한다.
일본펀드의 경우 1년 투자손실이 20~30%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로서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원·엔 환율도 역시 1년전 100엔당 800원선에서 현재 995.30원대로 급등했다.
급등한 환율 덕분에 투자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추가비용을 내야 하는 것이다.
◆ 환율 수혜는 거의 없을 듯 =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과도한 환헤지로 환율급등에 따른 효과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설정 해외펀드중 약 80% 이상은 환헤지를 하고 있다. 해외설정 역외펀드의 경우는 58% 정도다. 이에 반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헤지 비율은 10%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환헤지가 해외투자에 따르는 환위험을 줄이거나 없애는 효과가 있지만 원화가 해당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일 경우 환헤지가 오히려 투자이익을 감소시킨다는 분석이다.
환헤지를 할 경우 수익률은 투자수익률에서 헤지비용을 차감한 실적인 총투자수익률이지만 헤지를 하지 않을 경우 투자수익률에서 환율변동률을 가감한 실적이어서 원화에 비해 금리가 낮은 국가에 투자하면 헤지 수익이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원화가 투자지역 대부분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환헤지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환헤지 설정여부를 묻는 해외펀드도 투자금액의 1% 가량이 헤지 비용으로 처리돼 판매사들이 펀드가입시 환헤지 설정을 유도하는 등 원화약세에 대한 수혜를 보는 투자자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
또 환헤지를 설정하지 않은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원화약세를 통한 차익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통상 해외펀드의 경우 투자금액의 100%가 해당 국가의 주식에 전부 투자되지 않고 일부는 현금으로 두고 있어 최근 10일 동안 원화약세를 통한 상승분이 그대로 적용됐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도 “이번 원화약세를 통해 일부 수익을 거뒀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해외펀드가 80% 정도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그 폭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