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보다 강한 금융 한국을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 전문인력의 양성이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높은 부가가치의 파생금융상품 거래와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첨단금융업은 전문인력 없이는 영위할 수가 없다. 자통법 시행 이후의 포석을 위해 증권업계는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늘 어려움과 부족함에는 전문인력이라는 난제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왜소한 규모와 얇은 전문인력 풀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 증권업계가 발벗고 나섰다.
<편집자주>
최근 활발히 추진중인 해외진출 역시 무엇보다 인재의 영입이 원활치 못하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외형상의 구조조정들이 이뤄졌지만 증권업의 경우도 일부 사업영역에 편중된 수익성 기반에 머물러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증권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준높은 실력을 갖춘 인력과 새로운 사업모델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고도화된 두뇌가 필요하다는 한결같은 목소리다.
◆ 국가대표급 금융인력 육성 = 한국증권업협회(회장 황건호)는 올초 글로벌 금융투자전문가 양성을 위해 협회비가 아닌 협회 적립금을 통해 매년 30억원을 투입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그동안 외부영입에 치우쳤던 고급인력 유치를 글로벌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 전사를 자체 육성한다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한 첫 발은 그동안 회원 증권사 임직원들의 교육과 연수·시험·대관 지원사업 등을 벌였던 증권연수원의 업그레이드로 시작하고 있다.
증권연수원을 앞으로 가칭 금융투자교육원으로 확대개편키로 하고, 2분기부터 마스터플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원장중심의 자율·독립경영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과 교육에 명망있는 외부 전문가도 적극적으로 영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연수시설 및 사무공간의 확대를 통해 보다 쾌적하고 실효성 높은 교육환경을 조성한다.
◆ 국내외 산학연계 프로그램 추진 = 한 증권사 HR담당 임원은 “우수한 인력은 외국계로 빠져나가는 등 전문인력 유치에 어려움이 많다”며 “오는 2015년에는 전체 금융권 전문인력 1만명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협회가 추진하는 마스터플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석사학위 취득 과정’과 ‘고급 금융투자전문가 과정’, 그리고 ‘국내대학 연계 과정’의 세 축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금융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협의를 마치고 내년 2월부터 시작될 석사과정은 영국의 금융투자전문대학원인 레딩대/ICMA센터의 International Securities, Investment & Bank ing, Investment Management, Financial Risk Management, Corporate Finance 등 4개 과정으로 세분된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1년간의 학위 취득기간중 9개월은 원격 화상교육과 평가시험으로 국내에서 교육받을 수 있으며, 3개월간의 영국 현지에서 기숙사에 머물며 연수를 진행해 증권맨들의 현업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고급 금융투자전문가 과정은 학비 절반이 지원되는 석사과정과 달리 전액 학비지원이 이뤄지며 투자은행(IB) 업무,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등으로 특화돼 4개월간의 중기 프로그램과 채권·파생상품, 컴플라이언스 단기 인증 과정을 ICMA센터와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홍콩 과학기술대(HKUST)와도 재무분석과정을 개설키로 했다. 국내에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연계한 글로벌 IB과정과 금융공학 과정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표 참조>
신규 개발과정 중 IB 등 일부과정은 5월부터 이뤄지며 일부는 프로그램 조정 등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인증권업계는 협회의 이같은 행보에 환영의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IB영업본부장은 “선진 금융으로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며 “협회 차원의 인재육성 계획은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만 당국의 뒷받침과 지원도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수익분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정책적 배려와 M&A 절차 간소화 등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인원 및 소요예산>
(단위 : 백만원)
* 학위과정은 총비용 8억 중 50% 지원
** HKUST : 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 Technology(홍콩 과기대)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