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창간 16주년 특집 기고]외국은행 여성이 강한 데는 이유가 있다](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8030523284341768fnimage_01.jpg&nmt=18)
문제해결 능력, 외국어능력, 리더십이 평가기준
◆ 외국은행 그 문으로 들어가려면
답은 간단하다. 외국은행은 공개모집이 없고, 기 제출된 이력서와 헤드헌터에 의존한다. 입사시험은 따로 치르지 않고, 기본적인 자질 (경영학 관련 전공/경영학석사-MBA, 외국어 능력, 컴퓨터 기술)과 자격증(한국/미국공인회계사, 재무위험관리사(FRM), 국제재무분석사(CFA) 등)의 보유, 동종업계 및 해외근무 경력, 전 직장에서의 평판 등을 중요시한다. 영어면접을 포함한 수차례의 인터뷰가 진행된 후, 고위직의 경우는 아시아본부/본점 비즈니스라인 부서장의 최종면접을 끝으로 “Once a banker, forever a banker”(한번 은행원은 영원한 은행원)의 길로 진입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3가지 질문을 반드시 던져본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자신의 업무상/성격상 장단점’은? ‘가장 아끼는 책과 즐겨듣는 음악’은? 이 질문들을 통해 ‘사람’을 느끼게 된다. 자신에 대하여 말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질 때, 은행규정(rule)을 성실히 따를 ‘최적의 사람(Right Person)’을 발견하게 된다. 두 번째 질문에 관하여는, 적어도 예술이 지닌 아름다움에 시선을 둘 줄 아는 사람만이, 매순간 리스크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척박한 banker의 생활을 밝고 건강하게 지켜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부서원들과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 면접 결과에 대하여 논의하고, 부서원들의 선호도를 최대한 선택에 반영한다. 조직에서는 ’부서협력(teamwork)’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로 귀결된다.
◆ 외국은행의 합리적인 제도나 시스템은
한국금융노동시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당행 본점의 중앙시스템을 따르는 서울지점의 사례를 들어본다.
- 인사관리 : 은행 취업규칙과 노조 단체협약에는 휴가, 야근수당, 교육비혜택 등 사원복지와 관련된 상세한 규정이 명시되어 있고 해외근무에 관하여도 남녀차별없이 기회가 주어진다. 인사고과 및 승진, 연봉협상은 연단위로 이루어지고, 본점 양식인 인사고과평가서에 자가 평가한 후 부서장과의 조정을 거쳐 양자가 서명하면, 부서장은 평가서를 파리본점 인사부로 보내는 민주적 절차를 따른다. 지점장은 인사고과결과 및 승진추천서를 근거로 한 부서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최종결정을 내리고, 부서장은 부하직원과의 개별인터뷰를 통하여 그 결정사항을 전달하며 기밀성(Confidentiality)를 지키겠다는 서명을 받는다. 적어도 자신의 효용가치와 그 효용의 극대화를 창출하고 매순간 평가받아야 하는 외국은행에서는 승진과 그에 따른 혜택들이 ‘세월가면 얻어지는 부수적 결과물’만은 아니다.
- 주요업무 관장에 대한 불신 : 외국은행은 불신과 차별이 ‘이유 없이’ 존재할 수 없는 환경 에 놓여져 있다. 모든 업무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시간과의 싸움 속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불신과 차별이 있다면, 그것은 해당 은행원의 업무능력 부족에 기인한 것이지 남녀차별이라 규정지을 수 없다. 일선업무에서는 업무성과를 일별, 월별, 분기별, 연별로 평가받고, 거래하는 매순간이 은행의 이익과 손실로 직결되어 있다. 후선업무에서도 운영리스크 발생시, 동일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은행원 모두 그 업무능력을 매순간 평가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둔다”(“Life will give you back what you give out.”)라는 문구는 은행원들의 업무능력 평가와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 막연한 차별 : 사회 전반에 걸쳐 아직 남아있는 전통적인 남녀차별의 한 형태로 남성 상사가 여성 부하 직원에게 존칭어를 쓰지 않는 환경은 외국은행에서도 존재한다. 이 부분에 관하여, 본인은 부하직원을 포함한 모든 업무관계에서 존칭어를 사용해왔고, 직급을 막론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위계관계를 떠나 원활한 업무진행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사회주의 사상가 로자 룩셈부르그의 ‘우리는 항상 타인의 자유를 존중해야한다’는 글을 항상 기억한다.
◆ 여성이 CEO나 비중있는 임원이 되기 위해선
질문 자체에 여성임원이 보편적이지 않은 현실이 투영되어있다. 우회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데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적극적 대외관계, 신속한 문제해결능력, 뚜렷한 자기주장을 가능하게 하는 용기와 배짱,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남성과 동등한 업무수행 능력, 리더십, 해외 출장 및 대형 프로젝트를 전담할 수 있는 시간의 안배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한계는 아닐지라도...
문제 제시에는 대안이 따라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들은 다양하다. 한마디로 동등한 대우를 원한다면, 동등하게 일하면 된다. 외국은행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회계법인, 변호사, 기업과 타 금융기관을 포함하는 고객, 은행 내 타부서, 아시아본부, 해외지점 및 본점과의 모든 유기적인 대외관계를 원활히 유지해야 하므로 논리적 자기주장을 펼 수 있는 언어 skill,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예의바른 태도, 필요 정보를 즉각 제공해 줄 수 있는 전문 지식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금융관련서적, 본점 업무지침서, 고객에 대한 최신 정보수집, 자격증 및 MBA 취득 등 ‘배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력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쉽게 한계에 부딪힌다.
다음은 ‘문제해결능력’이다. 대단히 큰 금액을 결제해야하는 외국은행에서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점검 (proactive monitoring), 문제 발견시의 즉각 해결능력은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주어진 급박한 시간 속에 상사에게 해결책 제시 없이 보고만 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따라서 문제발생 시는 원인 분석, 현재 상황, 모든 가능한 해결책의 제시, 그리고 그 파급효과를 상세히 문서화하여 이 메일로 보고하는 ‘신중한 결정을 수반한 신속한 문제해결능력‘(prompt problem solving ability with prudent decision)이 있어야 장기근속(long-run)할 수 있다.
은행은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며, 모든 기록은 전화녹음, 이-메일송신 등을 통해 자료화되어 내부감사, 본점감사, 금융감독원 및 한국은행감사, 외부 회계법인 감사를 추후 받게 된다. 이에 대비한 치밀한 자료정리, 장기 기억력, 일정에 대한 꼼꼼한 메모, 퇴근 전 미해결사항 재점검 등 추가적 보완장치가 따라야한다.
외국어능력은 ‘전쟁터로 나갈 때 잊지 말아야 할 무기’와도 같다.
모든 자료는 외국어로 작성되고, 수시로 유선/화상 회의는 물론, 해외 출장, 본점임원 방문 시에 프레젠테이션, 줄다리기 회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 구사능력은 성공의 주요 관건이다. 파리본점/홍콩 출장 시 많은 이들 앞에서의 프레젠테이션 및 하루에 열 건이 넘는 회의를 하게 되는 데, 이는 피할 수 없는 통과제의와도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철저히 준비하고, 셀프 프레젠테이션(self-presentation)의 좋은 기회로 활용하면 된다. 언제나 위기는 기회로의 극적전환을 내포하고 있다. 국문과 출신으로 외국은행에 뿌리내리기 위해, 15년 넘게 종로, 광화문일대의 학원가를 뛰어다닌 기억이 선명하다.
어학에 관한 한 시도해보지 않은 영역이 없는 ‘순수 국내 학원파’로 살아왔어도 영어에 관한 한 늘 허기를 느낀다. 외국은행에서는 스스로의 부족함이 쉽게 드러나 한순간도 멈출 수가 없다. 마치 내릴 수 없는 기차를 탄 것처럼.
리더십이 부족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 각종 회의 및 위원회를 주관하며 조직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 배양을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준비, 관련자 및 부서회의를 거친 의견 조율, 적절한 업무분배와 건의사항을 수용하는 열려진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부하직원들의 생일, 입사일, 경조사에 대한 진심어린 따스한 마음 표현하기, 자질 향상을 위한 격려를 잊지 않음으로써 부하직원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 ‘책임감 있는 업무역량’이 고취된다. 자율적이나 그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존재하게 되고, 그 질서가 조직을 이끄는 힘이 된다.
그리고 남성과 동등하게 해외출장, 대형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가족들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 뚜렷한 자기주장을 가능하게 하는 용기와 배짱, 그리고 생산적인 싸움의 기술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No”라고 말해야 할 순간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자신의 “No’가 무게를 가지기 위해선 ‘전문성(professionalism)을 가진 완벽주의자(perfectionist)가 되는 훈련’이 필요하다.
외국은행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남아 일하는 대부분은 부서장들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따르는 책임도 리스크도 증폭된다. 하루에 100개가 넘는 이메일을 처리하고, 수시로 회의 참석, 해외출장도 가야하니, 우선순위(priority)를 정해 효율적 시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업무를 지속할 수 없다.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말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 대해 늘 생각한다. 일관성 있는 자세로 노력하지 않으면 스스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조직의 논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업무시간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는 banker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지난 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을 이수했다. 예술이 가지는 견고한 아름다움은 물론, 사회적 성공을 이룬 분들과 예술을 뿌리 깊게 지켜 가시는 교수님들을 만나 배우고 느끼며 행복한 시간대를 보내었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선 요가를 비롯한 체력단련을 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합병 후 1년 넘게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쓰러져 본 후에야 확연히 깨달았다.
◆ 성공하기 위한 여성의 조건은
결론은 ‘끝없는 자기관리‘다. 어느 성공한 외국 여성금융인은 바람직한 여성 금융인 자질로 △전문지식을 담고 있는 명석한 두뇌 △뚜렷한 자기주장 △외국어 능력 △적극적 태도 △스마트한 외모를 꼽았다. 이 모든 자질을 함축하는 말이 “간단없는 자기관리“일 것이다.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 전문금융인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준비된 자에게 언제나 기회는 평등하게 열려있다. 그 열려진 문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 나가기 위해
[이영주 상무 프로필]
-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국제경영 전공 (MBA)
-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
-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