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통법 시행으로 사업영역의 다양화와 수익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증권업계는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모두들 한국형 투자은행(IB)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다년간의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사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스위스의 조사기관 IMD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의 금융전문인력조사 결과, 조사국 61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6.7%로 41위를 기록했다. 금융사 인력 100명 가운데 전문인력이 6.7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홍콩 등의 경우는 전문인력이 전체 금융인력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며, 중국도 우리나라보다 많아 25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베테랑 애널리스트 없나 눈독 = 현재 증권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규모는 1167명이다. 증권업협회에 등록된 정회원사와 특별회원사만 53개사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최소 리서치센터 규모를 30명선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증권사가 하나 신설된다 해도 그 영향력은 막대하다.
지난해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의 이직 당시에도 몸값을 둘러싼 이런저런 뒷말은 무성했지만 올해 신설증권사가 대거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리서치센터장 영입을 위한 물밑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모 신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연간 8억원의 몸값을 받았다는 설도 증권가에는 나돌았다.
이같이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이 크게 뛰는 이유는 마치 항공사의 파일럿 양성과 같이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구조 속에서 증권사들간의 인수합병(M&A)보다 새로운 증권사가 신설되거나 타업권에서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IBK증권과 솔로몬투자증권, KB증권 등은 은행 및 저축은행이 새롭게 증권업에 진출한 사례며,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신흥증권 등도 규모확대를 선언해 인력영입의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IBK증권은 3000억원의 자본금으로 법인설립을 마무리짓고, 총 300여명의 임직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KTB네트워크도 증권사를 설립해 투자매매·투자중개·집합투자업을 병행하는 IB전문 금융투자회사를 준비중이다. 한 관계자는 “설립하는 증권사의 인원수에 대해선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롭게 구축해야 사업부는 현재 여러 경로를 통해 인력확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복조 전 대우증권 사장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도 일단 자본금 300억원으로 시작해 설립 초기 60~70명 정도의 장외파생상품과 인수주선을 제외한 증권업무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KGI증권을 인수해 출범할 솔로몬투자증권을 비롯해 STX, LIG손해보험 등도 증권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증권가의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보다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체로 업계 상위권 증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어 기존 업계에 큰 파급력을 끼칠 전망이다.
◆ 인력난 다방면 동시다발 = 인력난은 비단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증권사의 입장에서 인력난이 경영상의 부담이라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인력난은 남의 일이 아니다.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부문 인력부족에 따른 업무량 과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자통법의 한 축이 될 투자자보호를 위해서는 증권사 내부통제의 효율성과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지속적으로 강화된다. 그러나 업무의 중요성은 인지하면서도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이 업무 담당자는 다섯 명 이하인 경우도 많다.
과거 자율규제기관 등이 담당해오던 파생상품 불공정거래 사전예방을 위한 시장감시기능 등도 증권사들이 수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시장 모니터링과 자사 직원들에 대한 교육 등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면서 “인력이 좀더 충원되면 좋겠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솔직히 아직까지 컴플라이언스 업무의 중요성이 말에만 그치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금융환경이 달라지면서 보다 개선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이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잘 이해하는 전문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한된 인력 속에서 업계 전체 혹은 시장과 정책당국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상품개발, 운용, 자산관리, 리스크관리 등 증권업은 전 분야에 걸쳐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증권사만 증가할 경우 자칫 한국 증권산업 전체 경쟁력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 김병윤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금융권 업무가 소매금융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전문인력의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격변하는 환경에서 인력문제가 불거진 것은 필연적”이라며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면 높은 성과보수와 동기부여, 전문직군제 도입 및 직군별 채용으로 입사 초기부터 전문인력으로 경력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