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연초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는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형펀드 일부 및 국내 채권형펀드가 소폭의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을 뿐 성적이 참담하다.
더군다나 증권사들의 2월 전망도 1500선대까지 낮춰잡는 등 낙관적이지 못한 가운데, 미국 서브 프라임모기기(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악영향이 생각보다 길고, 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장을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자산배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침체우려 이머징마켓 확산 =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브릭스 관련 펀드의 설정액은 연초 10조8198억원에서 지난 24일 현재 11조5271억원으로 늘었지만 25일 341억원이 줄어들면서 올들어 첫 순환매가 발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안으로 여겨져왔던 브릭스펀드도 최근 글로벌 증시의 동반폭락세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실제로 29일 현재 슈로더브릭스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11.55%를 넘어서고 있어 글로벌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과 비슷하다. 이나마 상대적으로 유럽지역이나 중국 단일펀드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5년 12월12일 설정된 이 펀드는 한때 1년 수익률이 50% 수준까지 올랐지만, 올들어 31.41%로 축소됐다.
특히 중국펀드의 과열 경고가 잇따른 지난해 11월 이후 브릭스펀드가 대안 투자처로 급부상하면서 자금 유입이 집중됐지만, 브릭스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11~-17%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대부분은 원금마저 까먹은 것으로 보인다. 급증하던 투자자금도 최근 순유출 현상을 보였다.
실제로 홍콩H지수는 지난주부터 일중 12%대의 급등락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최근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29일 국제통화기금(IMF)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세계 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경제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4.9%에서 올해는 4.1%로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11.4%의 성장률을 올해 10.0%로 낮춰잡았다.
이에 따라 중화권 펀드가 인기를 끌던 일부 지역의 경우 최근 증시 변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금이 유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인도 증시의 최근 조정으로 브릭스펀드, 친디아펀드 등의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자금유입이 둔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펀더멘털 상에는 이상이 없는 만큼 여전히 이들에 대한 장기투자 관점에서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중국과 인도시장의 큰폭 조정으로 이들 지역으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있어 중국, 친디아, 브릭스펀드 등에서는 단기적 자금유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브릭스펀드의 손실이 유럽 등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브릭스펀드 투자자들은 기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하나대투증권도 자산관리 가이드를 통해 “선진국시장은 실물경제 둔화 우려 지속, 이머징시장 동조화 현상도 강화되면서 전반적인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머징시장의 장기 성장성을 감안해 비중을 유지하고 분산위주의 브릭스 펀드와 수출 대비 내수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선전이 예상되는 동남아 및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MMF에 자금 몰려 = 국내외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자금도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대규모 자금이 유출된 MMF가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8조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특히 지난주 초반 국내주식시장의 폭락으로 1주일만에 1조6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 21조2000억원대였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올들어 27조원대로 불어났다. 6개월간 5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것보다 신속하게 환매할 수 있는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