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에서는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금년 들어 신규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8월말 현재 34조원이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 이는 지난해 전체증가분의 168%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지난 8월 16일 우리나라 주가가 1일거래 기준으로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증시의 조정 여파에도 불구하고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금융시장이 조정을 겪고 있고 6~8월중에는 외국인투자자가 17조원이나 순매도 하여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가는 1850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버팀돌이 되었다.
반면에 은행들은 예금성 수신의 이탈이 이어짐에 따라 재원조달을 위해 CD발행을 큰 폭으로 늘려갔다. 그 결과 CD 기준금리가 9월 들어 6년만의 최고치인 5.33%까지 상승하였다.
여기에는 한국은행이 8월중 콜금리 목표치를 인상한 것이 사후에 반영된 면도 일부 있으나 시중자금의 이동과정에서 MMF 및 채권형 펀드의 수탁고가 감소하여 은행채 및 CD의 매수 기반이 약화된 수급상의 불균형의 요인도 컷 던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정체되고 있으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은행권 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자금조달 필요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시중자금흐름 변화와 관련하여 금융기관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 중점을 두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로,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이 튼튼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산운용사 수신의 증가는 대부분 적립식 주식형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간접투자 증가는 증시의 기관화를 견인함과 동시에 주식시장의 매수기반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주식시장 참여 확대와 퇴직연금시장의 성장도 예상되고 있어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은 더욱 견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이러한 탈은행화 현상은 투자수익률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진 데 기인한다는 것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예금상품 개발 및 비이자수익원을 발굴해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CMA 수탁고 증가는 상대적인 고수익과 동시에 지급결제 서비스 제공이 일반소비자에게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은행들도 CMA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예금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은행상품의 상대적 강점인 안정성과 편리성을 부각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는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통해 자금운용의 수익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자산운용사는 현재와 같은 금융소비자의 높은 관심에 충분히 부응하도록 자산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9000여개의 펀드가 난립하고 있는 영업관행의 개선과 펀드매니저의 역량 강화는 업계가 선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증권사의 경우에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단순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인 증권 인수, 증권발행 주간사 업무 등과 같은 투자은행(IB)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넷째로, 은행의 요구불성 예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급격한 자금경색이 발생할 경우 완충 역할을 수행할 자금이 부족하여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얼마전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금융시장이 건실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과 같은 높은 레버레지에 의한 M&A가 적었던 것과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높았던 데 기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 간 경쟁격화로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빠져나가고 고원가성인 시장성 수신의 비중이 증가할 경우 유동성 충격 발생시 금융시장의 흡수능력이 저하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은행의 유동성 확보 및 조달수단의 다변화차원에서 MBS 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MBS와 같은 대출채권의 유동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2007년 5월말 현재 0.6%로 매우 낮은 데다, 지난해부터는 LTV비율도 50% 전후로 엄격히 제한되어서 미국의 서브프라임과는 달리 대출채권의 부실화 가능성은 미미한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은행의 고원가 수신 증가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이자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여느때보다도 은행의 자금조달 및 대출금리 움직임에 대한 정책당국의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