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닫기김용덕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위원장이 美 서브프라임 문제의 국내 파급효과 및 위험성에 대해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3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김용독 위원장은 지난 주 금감원내 사내망을 통해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FT 기고문을 소개하고, 전 직원이 필독할 것을 지시했다.[로렌스 서머스 교수의 기고문은 하단 참고]
취임하자마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안이한 상황판단에 질책을 한데 이어, 서브프라임 문제에 대한 두번째 언급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이 기고문에서 로렌스 서머스 교수는 과거 3년에 한번씩 발생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설명하며, `현재의 상황은 시장 전반적으로 자신감 과잉과 신용평가기관들에 대한 신뢰감 상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상황이 진정되고 있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으며, 금융부문에서 더 큰 파장이 있을 지 모른다`고 언급하고, `美 중앙은행(FRB)은 은행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차입비용을 줄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지만, 이는 효과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며 `은행을 금융위기시 공적 금융기관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또 `과거 저축대부조합 파산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단기 차입을 통해 장기 고정금리대출을 하는 예금보험 가입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으나, 현재 유동화와 변동금리, 예금보험 미가입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일반화된 현행 시스템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스로를 `모기지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프레디맥, 패니매 등 국책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정부의 준보증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다만, 지금 변동금리로 차입자들의 금리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당국자들이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신용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찌됐건 김 위원장이 스스로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로렌스 서머스 교수의 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서브프라임 문제의 국내 파급 효과와 감독당국의 대처를 주문한 이번 의사소통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다소 안이하게 금융감독당국이 대처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FRB가 나서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이미 밝혔고, 또한 `위기 때 당국자는 말을 아껴야 한다`는 시그널도 보냈다.
이번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기고문도 보기에 따라선 매우 광범위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글이어서, 필독을 지시받기는 했지만 감독당국 책임자들로서는 김 위원장이 정말로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이 글을 통해 김 위원장의 분명한 메시지를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위원장이 서브프라임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감독당국 차원에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점검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