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증권사는 국내 35개, 외국사 현지법인 5개, 외국사 지점 14개 등 모두 54개에 달해 시장규모에 비해 플레이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신규 설립을 억제해온 데는 증권업계의 포화상태 등을 고려할 때 손익구조가 열악한 회사들의 구조조정을 이끌 것이란 계획이 자리잡고 있었다.
따라서 그동안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회사 혹은 덩치를 키우고 싶은 증권사는 기존 증권사에 대한 M&A를 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자통법 국회 통과가 가시화되면서 증권사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증권사 신규 설립을 억제하는 방안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진입 규제가 증권사 대형화와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당국은 신규 설립을 허용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 대형화 유도로 경쟁력 강화 = M&A의 수요가 공급의 불일치가 과도하게 증권사의 몸값을 부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 또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KGI증권의 경우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때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이 100~200% 오른 바 있다. 솔로몬 저축은행이 인수를 추진중인 KGI증권의 매각가격은 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국민은행이 인수경쟁에 나서면서 직원 70명 수준의 소형증권사인 KGI증권의 가격은 1700~1800억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증권사 신규설립 허용으로 M&A 대상이 될 수 있는 매물 증권사의 몸값을 낮추자는 것.
이같은 상황을 반영, 앞으로 당국은 증권사 신규 설립 장벽을 낮춤으로써 증권사 M&A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한 M&A 수요과 공급이 균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증권업에 대한 신규 진입이 어렵다면 결국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외국계 금융사들이 증권사 신규 설립 허용을 요구를 해온 점도 감독당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증권사 없는 은행 잰걸음 = 현재 계열내 증권사를 보유하지 못한 국민·기업은행 등은 최근 줄곧 증권사 인수를 위한 시도들을 펼쳐왔다. 이들은 신규 증권사 설립을 허용함에 따라 업무영역 확대를 위해 빠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통법의 시행은 증권사를 보유하지 못한 금융사에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신규 설립 허가가 전해진 이후 국민은행은 미국계 투자회사인 JDK인베스트먼트 등 외국인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언론의 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은행은 “한누리증권이 인수 검토 대상 중 한 곳인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협상을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누리증권 관계자는 “회사에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알 수 없다”고 반문했다.
기업은행도 신규 설립 또는 기존 증권사 인수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증권사 신규 설립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인수 뿐 아니라 신규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만약 증권사를 인수한다면 IB업무가 강한 증권사가 인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규 설립 허가가 이뤄지더라도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규 설립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인력도 뽑아야 하고 지점설립 등에 비용과 시간이 너무 들어간다는 점이 장애물이다. 따라서 실제 신규 설립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농협도 NH투자증권 주식매입에 나서는 등 증권 강화를 진행중이며 M&A의지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또 우리투자증권, 동부증권 등도 타 증권사 인수의지를 이미 밝힌 바 있다.
결국 증권업 면허에 대한 거품을 제거하고 소형사들을 대형사로 전환해 자통법 이후 외국계 투자은행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전 부원장이 “좋은 자격을 갖추고 대형화나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가려는 의사가 강한 곳, 특화를 목표로 하는 곳만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