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는 이제 글로벌 금융시장의 여건과 국내 금융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 마디 선언보다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당장 큰 변화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헤지펀드의 투기적 성향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도 있는 만큼 대비책 마련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알려진 헤지펀드에 대한 국민적인 정서도 곱지 만은 않다.
물론 권부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자본시장 통합법이 시행돼 자산운용시장의 기반이 튼튼해진 후”라고 단서를 달았다.
◆ 脫규제 헤지펀드 = 헤지펀드란 다양한 투자 수단을 통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일정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 사모형태로 조세회피지역 등에 설립하는 것을 말한다. 자금모집이나 운용방식 등에서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간접투자상품이다.
사모펀드(PEF)가 M&A(인수·합병) 대상 회사 지분을 10% 이상 인수해야만 하고 차입비율도 자본금의 2배로 제한된 규정을 적용받는 반면 헤지펀드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분을 사고 팔아 단기차익을 챙길 수도 있고, 자금차입 등에도 제한이 없어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사모방식의 펀드오브헤지펀드를 통한 재간접투자만 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헤지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만3000여개, 14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적 펀드투자자문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내 8000여개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올해 1분기 평균 2.1% 정도로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 0.64%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유롭고 다양한 투자기법으로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장점만큼 위험도 또한 크다. 지난 90년대 미국을 금융위기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투자실패 경우처럼 외국 거대자본이 금융시장 전체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세계 증시들이 침체에 빠지자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로는 만족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헤지펀드는 급팽창했다. 일반 투자자 뿐만 아니라 연기금과 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 능력·문화 업그레이드해야 = 앞으로 자통법이 시행되고 헤지펀드 설립이 허용되면 투자 대상의 다양화와 투자기법의 전문화 등으로 무장한 금융투자회사들이 보다 많은 수익창출의 기회를 갖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입장에서는 보다 넓은 영역의 투자가 가능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헤지펀드라면 기관투자자와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미국에서는 100만달러 혹은 10만달러, 1만달러 등 투자금액이 낮은 헤지펀드들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헤지펀드가 당장 허용되더라고 운용사에 대한 규제까지 면제되기는 어려운 점들이 있을 것”이라며 “현행 자산운용사 인가 요건에 비해 한층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는 차원에서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기관이나 거액자산가 100~200명 정도의 개인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지만 국내에서는 초기에는 개인들의 가입을 제한하거나 단계적으로 소폭씩 문호를 개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들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기관들이 외국계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이미 허용돼 있고, 벌써 일부 기관들은 GAM 등 국내에서 마케팅을 벌여온 헤지펀드 운용사에 자금을 맡기고 있다.
결국 헤지펀드 허용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기관들이 토종 헤지펀드사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또 투자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약세장을 예상, 매도 주문을 내는 공매도(숏 셀링) 등에 대한 경험이 없는 국내 업계에서 이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거대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품개발과 전문인력, 자본확충 등 자통법을 앞두고 이슈화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총체적인 향상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