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居安思危’
일생 동안 얻은 모든 지혜를 청중에게 넘겨주려는 열정과 희구에 가득찬 연사가 던진 화두부터 심상치 않았다.
김창록 총재는 이로부터 2시간 여 동안 이번 신입행원 98명과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연초부터 연수 레이스를 달린 끝에 오늘(15일) 사령장을 받을 신입행원들이 눈빛을 반짝인 건 당연지사였다.
“편안할 때 어려움을 준비한다” 김 총재가 취임 후 직원들과 함께하는 자리면 곧잘 강조하곤 했던 말이다. 몇 해째 조단위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격변하는 금융·경제 환경을 능동적으로 극복하려는 고뇌의 대열에 함께 서자며 손을 굳게 잡아주는 CEO이자 맏형같은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와이셔츠 바람의 그는 화이트보드에 산업은행의 어제와 오늘의 위상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UBS, 씨티 등과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그날을 앞당기자는 KDB의 꿈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열정과 패기라는 격류로 채워진 가슴들, 그리고 누구보다 명석한 머리들 속에 가득가득 채워넣고 싶었던 것이다.
김총재는 특히 산은과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을 하나로 엮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IB가 되는 것, 올해는 KDB가 글로벌 IB로 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로 신입행원을 사로잡았다.
“미국의 월가나 영국의 시티에 근무하는 뱅커들을 능가하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우리 모두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스개 소리 일지 모르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때 그때 고스톱의 룰을 만들어 내고(신상품개발 능력) 칠 때 상대방의 패를 잘 읽고 내며(고객의 니즈파악 능력), 마지막에 고 또는 스톱을 결정하는 것(리스크관리 능력)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라며 위트도 곁들였다.
이어 “KDB는 여러분의 몸값을 올리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CDP 등 은행이 제공하는 모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멀티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쯤에서 그는 또 “KDB는 신이내린 직장이란 닉네임 말고 금융사관학교란 자랑스런 호칭도 가지고 있다”며 그 명예를 이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총재와 07행번 직원들은 이날 내년 초 등산을 약속했다. 어떤 험한 산이라도, 이미 훌쩍 성숙한 새로운 건각들로서 김총재와 함께 산을 타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응집시킨듯 우레와 같은 박수가 마침내 터져 나왔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