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은행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이같은 방안 시행에 착수한 곳도 있고 발전적 대안 모색차원에서 검토 중인 은행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대형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2004년 우리은행을 필두로 2005년 다수의 은행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후 정착기로 접어들긴 했지만 경험과 지식에 걸맞지 않은 역할을 맡아 본인 사기도 오르지 않고 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임원 또는 임원급 고위직 승진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채 54~55세를 맞은 고경력자들 가운데 심사역이나 일선 점포 자점 감사역, 그리고 사업 또는 대출 타당성 조사작업 같은 보직이 주어진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로 분류된다.
채권추심이나 사후관리 등 단순 후선업무를 맡은 노장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업무 적극성이 떨어지는 등 은행이나 당사자 모두에게 이롭지 못한 결과를 빚기도 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던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일부 은행들은 발상을 바꿔 노장들의 역할 극대화를 꾀하고 나서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최근 핵심 중소기업 고객들로 구성된 비즈니스클럽 회원사를 상대로 은행 고경력자들을 재무자문역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지 수요를 조사 해 본 결과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의 수용의사를 확인했다.
이에 우리은행측은 요청업체와 파견 가능자 면면을 충분히 검토한 뒤 조만간 본격적으로 파견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은행 한 관계자는 “기업경영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인식 때문인지 요청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많았다”며 “기업 재무상태 개선을 돕는 것은 곧 은행의 무형의 자산을 쌓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기업 경영지도 또는 비금융 지원극대화 차원에서 고경력자들을 일선 기업으로 보내 경영현안 분석과 재무자문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이들 은행은 특히 맞춤형 전방위 기업지원을 선언한터여서 조기실시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산은은 김창록 총재가 적극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수출입은행은 테스크포스가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기업은행이 지난해 도입한 Co-RM제도도 이같은 흐름과 맥이 통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은 은퇴보다는 경험과 전문지식을 살려 더 일하고자 하는 퇴직자들로 하여금 거래기업을 수시로 방문해 상담과 자문 뿐 아니라 경영정보 제공, 거래업체 발굴, 맞춤형 서비스 제공 지원 등의 임무를 맡기고 있다.
비록 이같은 움직임이 아직 정형화된 틀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수출입은행에서 1호로 자문나갔던 직원이 파견사업체 직원으로 눌러 안기도 하는 등 변화는 현실화 됐다. 은행들로선 고경력자 활용도도 높이고 금융서비스 고도화도 꾀하는 일거양득의 기대효과 가 있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