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채 발행 기틀 잡고 복합상품 파생효과도”
기업은행(www.ibk.co.kr 은행장 강권석)이 국내 금융계에선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 이하 하이브리드채) 6천억원어치를 경쟁 입찰 방식으로 시장에서 발행하는데 성공하는 위업을 이뤘다.
13일 기업은행은 당초 3000억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던 규모보다 두 배 늘어난 6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강권석 은행장은 이날 오전 본점 9층 회의실에서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금호생명 등 인수 및 투자기관 대표들과 함께 발행 서명식을 했다.
은행측은 국고채 10년물(8일종가 4.86%)에 150bp를 얹은 6.36%의 좋은 금리조건으로 발행했고 30년 만기에 10년뒤 콜을 행사하거나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당초 가산금리의 50% 이내에서 상향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기은의 이번 하이브리드채 국내 발행 과정에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장기채 소화 가능성과 숨은 수요을 끌어낸 기민함이 돋보였다.
하이브리드채는 후순위채보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자금조달 및 자본확충 수단으로 꼽히지만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를 뺀 다른 장기채가 소화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하이브리드채 발행에 나섰던 은행계 지주사 또는 은행들은 해외발행만 노려야 했는데, 이젠 마침내 국내발행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높이 살 가치가 생겼다.
국내발행 효과는 또 있다. 해외발행 때라도 결국은 적지 않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사기마련인데 통상 0.8%의 발행 수수료를 물어야 했지만 이번엔 수수료 부담이 없었다.
이 은행 김교성 자금부장은 “(이번 하이브리드채 발행 성공으로)국내 최장기채의 시장 발행 성공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복합상품의 설계 및 출현이 가능하게 됐다”며 “해외 발행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아껴 투자자와 발행자가 이익을 공유하는 윈-윈형 고객가치를 창출한 것도 큰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고비를 넘기자 반응이 좋아 발행규모를 늘렸다”고 전했다.
게다가 요즘엔 올 들어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컸거나 비중이 높았던 몇몇 은행 역시 하이브리드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업은행에 뒤 이어 국내 발행 성공사례가 나올 것인지 성공한다면 어느 정도 조건을 갖출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채가 지니는 장점을 적극 취한 기은의 통큰 시야가 돋보인다.
후순위채는 하이브리드채보다 만기가 짧아 비록 금리부담이 적지만 보완자본으로 인정 돼 순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이브리드채는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을 높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본자본의 일종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기자본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기은은 이번 하이브리드채 발행 덕에 발행분의 16배 수준인 약 9조6000억원의 중소기업 대출 추가 여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뽑아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