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 고지 바로 앞에서 퇴짜를 맞은 국민은행으로서는 다가올 시련을 약으로 삼는 지혜와 역량이 있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을 보는 외부시선의 열기는 분명 식었다. 특히 자본시장 참여자들을 의식해야 하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의견을 낮추는 대열을 형성하기도 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재매각을 시도할 때 다시 국민은행이 우선협상자가 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는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보는 근거는 자체성장전략으로 선회하면 같은 성과를 내려해도 힘이 더 들 것이고 지주회사체제를 갖춘 유력한 경쟁자와의 격차가 좁혀졌다는 점 두 가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그리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처음부터 내년 경영계획은 외환은행 인수와 전혀 연결시키지 않고 수립했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계약 파기가)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그는 “단지 외환은행을 최종 인수하는 경우 서로 부딪히지 않고 시너지효과를 낼 방안을 마련해야 했을 자원과 역량을 적정수준의 이익확보를 바탕으로 한 질적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금융부문이나 외환은행 인수 없이 지연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국제화에도 큰 지장은 없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이미 기업금융시장은 론 중심 시대가 지났다”며 “첨단상품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다각도로 접목한 맞춤형 중심 ‘테일러 메이드’를 기대만큼 구현한다면 충분히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국제화 역시 “어차피 외환은행 네트웍을 바로 끌어다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인수가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안될 경우 선택해야할 활로 역시 충분히 검토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제화와 관련 국민은행은 직접진출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동시에 글로벌 위상 강화에 따른 국내기업 글로벌 비즈니스와 손잡거나 국제적 유수 금융기관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확산을 시도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같은 시도는 다른 은행 국제화 진도와 진배없는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국민은행이 태평하게 계약파기 전 상태에서 준비한대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성장규모를 10% 이상으로 높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그 증거다.
리테일, 카드 부문 우위의 지속화, 기업금융 주도권 재탈환, IB 선도은행 위상 굳히기 등의 전략 속에서 강정원행장 말마따나 이제 국민은행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1등은행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차례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