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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 발행 필요한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9-18 08:39

이재웅 교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

한국은행은 우리경제의 규모가 커졌고 선진경제로 진입을 위해서 화폐단위를 액면절하(리디노미네이션)하고 고액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예컨대 화폐단위를 1000:1로 낮출 경우, 국제통화인 미국달러화나 EU의 유로화와 1:1로 당당하게 교환되어 원화의 위신과 자존심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2004년 한은이 추진했던 원화의 리디노미네이션은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이나 실패한 화폐개혁 경험 때문에 좌절되었다. 그래도 한국은행은 최근에 5만원권,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을 또 다시 추진하고 있다. 한은은 고액권을 발행할 경우 10만원권 수표발행 비용을 절약하고 현금보유의 편의가 증대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세계 12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화폐 액면가치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라고 한다. 화폐권종도 미국, EU 등에서 유통되는 지폐권종이 7~8가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으로 3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액권을 발행할 때 생기는 부작용도 결코 적지 않다. 우선 신용카드, 인터넷뱅킹 등이 날로 활성화 되는데 무엇 때문에 고액권을 발행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최근에 10만원권 수표 사용도 줄고 있다. 요즈음 웬만한 지급결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거액결제는 와이어나 전자결제 서비스 등을 이용한다.

이런 추세는 특히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보화 사회가 더욱 발전하면 궁극적으로 “지폐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어도 지폐의 수요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에 거슬러서 신종 고액권을 발행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그런 주장을 다른 기관도 아닌 한국은행이 들고 나오는 것은 더욱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한은이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나 고액권을 발행할 경우 물가안정 보다 오히려 인플레 우려가 있다. 물론 고액권을 발행한다고 해도 이론적으로는 소득, 물가, 환율 등 실물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화폐의 수요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액권을 발행하면 화폐적 환상이 생겨서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등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없지 않다.

유럽연합(EU)에서도 2002년 1월 유로화를 도입할 때 신규화폐 도입이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EU의 물가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식당, 카페 등 많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시 말해서 실제로 유로화를 새로 도입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혼란과 인플레 기대심리로 인해서 물가가 올랐다. 신규 화폐를 도입해서 물가상승을 부채질한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1953년과 1962년의 화폐개혁 당시에 나타났던 현상이다.

이 같은 과거 화폐개혁 실패의 경험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어서 또는 무슨 의도로 정부가 고액권을 찍어내는가. 이런 불안과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람들은 화폐와 상품을 사재기하는 등 상당한 혼란이 이러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시 작통권 환수”, “부동산 세제 강화” 등으로 시국도 어수선하고 민심도 흉흉한데 불요불급한 화폐개혁까지 들고 나와서 국민을 더욱 혼란과 불안에 빠뜨려야 하겠는가.

고액권이 발행되면 뇌물 등 현금을 이용한 부정거래가 급증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세원포착과 세수확대 목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장려하고 세제상의 혜택까지 주어왔다.

그러나 고액권을 발행한다면 또 다시 상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되고 정책의 일관성도 배치될 것이다.

특히 참여정부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든다고 언필칭 주장하면서 고액권의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는 것인가. 고액권이 발행되면 그만큼 불투명한 거래가 확대될 것은 틀림없다.

그와 함께 최근에 급증하는 위조지폐 문제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금년 상반기 중 발견된 위폐는 전년 동기 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만원권 위폐가 크게 늘었다.

이런 위폐 중 상당수가 “바다 이야기”로 물의를 일으킨 성인오락실을 통해서 유포된 것 같다. 돈세탁과 정교한 위폐가 유통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고액권을 발행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과제인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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