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키웠어도 수익다변화·인프라투자 강화해야
최근 우리의 은행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띄지만 동시에 부정적이거나 불확실한 많은 변수들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엘지카드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지정되면서 카드업계 1위의 초강자로 등장하게 된 부분이나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검찰수사의 사실상 종결과 함께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점 등은 그동안 우리 은행산업을 짓누르던 많은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보다 안정된 구도가 짜여진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새로운 불확실한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적될 부분은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 FTA를 둘러싼 이슈들이다. 최근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에서 은행업 면허를 취득하여 본격적인 은행산업 진출을 선언하였다. 역시 세계유수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또한 은행업 면허를 취득한바 있고 메릴린치 또한 은행업면허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3대 투자은행들의 국내은행업 진출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거래법상 증권회사가 장외파생상품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1천억원 이상, 자기자본비율 300% 이상 등의 요건이 필요한 반면 은행은 별도의 규제 없이 부수업무로 장외파생상품업무를 취급할 수 있으며 외국환거래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들이 국내은행업을 취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들의 관심사는 단연코 장외파생상품이다 이들은 개인대상의 소매업무도 취급하겠지만 주로 기업에 대한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관련 서비스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관련한 외환이나 장외파생업무는 성격상 하나의 딜의 크기가 크다. 노하우만 따라주면 그다지 많지 않은 인력으로도 첨단 상품을 제공할 수가 있으며 맞춤형으로 기업의 니즈에 부합하는 각종 상품을 제공하고 높은 수익을 챙길 수가 있다.
게다가 때맞추어 통과되는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 FTA에 의한 내국인 대우 등의 조항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열거주의를 벗어나 포괄적으로 정의되는 금융투자상품 덕분에 이들은 본국에서 이미 검증이 된 수많은 상품들을 약간의 손질만으로도 국내에 들여와 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열세에 있는 우리 은행들은 가장 짭짤한 수수료 수입이 가능한 분야를 이들에게 내어주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둘째는 은행산업의 독과점 구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신한-조흥, 국민-외환은행의 합병 이후 우리나라 은행시장의 허쉬만-허핀달 지수(HHI)는 자산, 예수금, 대출금 부문에서 각각 1600, 1372, 1365로 ‘다소 집중’ 단계에 들어섰다(미국기준). 특히 자산 부문의 경우 ‘매우 집중’ 단계에까지 근접한 상태이다.
이제 몇 안 되는 소수의 대형은행구도가 정착되어 이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경우 은행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소수의 대형화된 은행산업 구조 하에서는 예대마진을 늘이거나 거래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독과점 이익을 극대화하기가 매우 용이해 진다. 나아가 대형화된 은행 중 하나라도 부실화되면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들 중 하나라도 부실해질 경우 정부가 나서서 은행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는 등 금융정책이 거대은행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이 될 가능성 또한 크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산업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공정정책의 주요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는 은행산업에 있어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것이다.
셋째 신바젤협약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신바젤협약 하에서는 시장및 신용리스크와 함께 운영리스크도 감안하여 필요 자기자본을 산출해야 한다. 리스크측정 방법도 구협약에서는 감독 당국이 제시한 ‘표준법’만 있었으나 신협약하에서는 은행 자체의 내부 자료와 측정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급법’까지 제시되었다. 표준법도 구협약보다 수준이 높아졌고, 고급법은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은 은행만이 사용하게 되는 등 은행권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아직도 우리의 은행은 갈 길이 멀다. 부실을 떨어내고 덩치를 키우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멀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일반 은행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2001년 0.6%에서 2005년 1.2%까지 상승하였다.
이는 일본보다 높고 미국과 비슷한 수치이다. BIS자기자본비율도 2005년말 현재 13%로서 미국의 12.4%나 일본의 11.6% 보다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슷하거나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외환위기 이후 위기상황에서 고속으로 이루어진 은행권 구조조정과 그 이후 기업들의 실적 호전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이다. 일단 점수는 높게 나오지만 기본실력이 배양된 결과라기보다는 벼락치기 공부를 통해 점수를 높인 결과라는 얘기다.
문제는 사업구조나 경영 인프라측면이다. 우리 은행들의 경쟁력은 이 분야에서 크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업무영역 확대와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수익 기반이 다변화되었지만 국내은행은 아직도 전통적 예대 업무에 의존하고 있고 맞춤형 장외파생상품 등 신상품 분야에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또한 정보기술 인프라측면에서도 미국 대형 은행들이 총 자산의 0.5~0.6%를 투자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은행의 2004년 기준 총자산대비 IT예산은 0.16%였다. 조금 더 확실한 투자가 아쉬운 부분이다.
그동안 이루어낸 것도 많지만 남은 과제들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 은행들이 은행산업을 둘러싼 불확실한 환경을 잘 헤치고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까지 진출하여 금융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엄청난 투혼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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