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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감독사각지대’서 저금리로 시장 잠식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06-08-16 22:03

외국계, 주택담보대출 빈틈노려 활개
토종 대부업체 시장지배력 약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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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금융기법과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초일류 영국계 금융그룹 SCB(스탠다드 차타드 뱅크)가 한국 대부시장에 진출하면서 토종 대부업계들의 경영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대부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대부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는가 하면, 세계 최고의 외국계 대형 금융회사들도 속속 진출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고금리 급전시장으로 지칭되는 대부시장에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뛰어든 이유는 뭘까.

이유는 단순하다.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연간 40조원에 이르는 한국 대부시장은 진출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데다 첨단 금융 노하우를 갖춘 이들의 눈에는 영세 업체들이 다투고 있는 한국 대부시장이 ‘물 반 고기 반’ 시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카드·보험사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층 고객들은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연 50~60%의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리(高利) 대부업시장은 연간 40조원에 달하며 400여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추정치)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갖춘 외국계 대부업체들은 연 20~40% 금리를 무기로 한국 대부업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외국계의 최대 장점은 해외 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연 7~8%의 금리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대부업체들의 평균 자금 조달 금리는 연 21% 수준이다. 게다가 이들은 뛰어난 신용 평가 및 시장 분석 노하우까지 갖고 있다.



◆ 다국적 기업과 여전사들 잇단 진출

요즘 대부업계에서는 페닌슐라캐피탈(PCC) 이라는 신규 업체가 화제다.

메릴린치가 51% 정도를 출자한 페닌슐라캐피탈은 은행들이 금감원의 규제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영업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페닌슐라캐피탈은 강남·분당 등 수도권에서 금감원의 대출 규제로 생긴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영업 개시 한달 만에 150~250억원 가량의 신규 대출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대출시장을 잠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지난달 3일부터 영업을 개시한 페닌슐라캐피탈은 현재 8%내의 낮은 금리를 내세워 아파트담보대출 시장만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투기지역 내 다주택 보유자, 담보인정비율(LTV) 제한을 넘기려는 대출자, 시가 6억원 이상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적용자, 소득이 없는 배우자나 미혼자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LTV 60∼70%는 6% 후반∼7% 초반, LTV 85∼90%는 7% 후반∼8% 초반의 금리를 적용하는 데다 설정비와 취급수수료도 면제해주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LTV 최대 한도인 60%를 훨씬 넘어서되 금리는 은행권과 비슷해 시중은행의 영역을 그대로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현행법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메릴린치 보다 먼저 이 틈새시장을 간파한 곳은 영국계 초우량 은행으로 SC제일은행의 모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뱅크(SCB).

지난 5월 ‘한국PF금융’이라는 상호로 대부업 등록을 한 SCB는 일단 한국에서 적극적인 담보 대출영업을 할 수 있을 때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미 메릴린치는 산와머니에 1억달러를 투자하면서 국내 대부시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

메릴린치의 장점은 자금력과 맨파워다.

자금이 풍부하니 조달금리가 낮다. 업계에선 대략 7~8%대로 추정한다. 국내 대부업체들의 평균 조달금리가 20% 선인 것에 비교하면 금리 측면에선 상당히 유리한 셈이다. 저신용자 중에서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선진기법도 갖췄다. 이들은 또 66%가 아닌 20~50%대를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부업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동양파이낸셜, 뉴스테이트캐피탈 등 국내 5개 여신 전문업체들은 2003년부터 아예 여신전문금융등록업증을 반환하고 대부업으로 전환했을 정도다.

김범석닫기김범석기사 모아보기 동양파이낸셜 차장은 “대부업으로 등록한 뒤 대출중개와 부실채권 매입 등으로 영업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어 할부금융을 할 때보다 영업 여건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여신전문 업체의 경우 할부금융이나 리스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맞춰야 하지만 대부업은 그럴 필요가 없다.

또한 은행이나 여신업체는 금감원으로부터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대부업의 감독주체는 지방자치단체여서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다. 대부업 진출이 활발한 이유다. 하지만 대부업이 뜨고 있는 진짜 이유는 높은 수익성이다.



◆ 금융시장 질서 훼손우려

하지만 앞으로 외국계 대부업체의 악영향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우선 외국계 대부업체의 저금리를 앞세운 공격 영업으로 대부업체를 활용하는 채무자가 속출, 향후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대부업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이를 갚지 못하는 채무자가 늘어나고 물건은 고스란히 경매로 넘어가는 소위 ‘약탈적 대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금융감독당국도 주택담보대출 시장 및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감독을 제대로 펼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외국계 대부업체들이 금감원의 감독 규정을 무시한 채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해도 직접 규제할 수단이 없다.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비은행감독국을 중심으로 최근 외국계 대부업체 진출 현황에 대한 시장 움직임을 파악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날 외국계 대부업체의 공격적인 영업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여러가지 영향에 대한 분석이 제시됐지만 뾰족한 대응방안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도 외국계 대부업체의 저금리 공세에 대비해 틈새상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대부업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던 저축은행마저 외국계 대부업체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빠졌다.

이와 관련 시장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나 그 풍선효과가 소규모 금융기관 및 대부업체 대출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대부업체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의 대출제한 조치도 사실상 무의미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부시장도 대형사 위주로 재편

게다가 국내 사금융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큰 점도 군침이 도는 대목이다.

국내 사금융 시장은 1996년 4조원에서 지난해 40조원 정도로 팽창(한국금융연구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러니 대부업계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기업형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재일교포 등 일본계 자본과 연계돼 있는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수위권 대부업체들은 연 25% 이상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3위권 이하 업체들과의 격차를 10배 이상으로 벌려 놓은 상태다.

양석승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회장은 “일본의 경우도 1990년대 후반부터 씨티그룹이나 GE그룹이 진출하면서 대부업체의 대형화가 가속화돼 현재 상위 10개 업체가 대부업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종 대부업체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아직 신용대출을 하지 않아 현재 일본계와 경쟁하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토종 대부업체들은 시장의 상당부분을 내줄 수밖에 없다.

담보대출을 하는 국내 토종 대부업체는 실수요자와 전주를 이어주는 중개업자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금리는 전주에게 돌아가고 대부업체는 수수료만 챙긴다. 전주의 입김이 강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대부업체를 바꾸기도 다반사다. 때문에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 따라서 이들이 메릴린치나 SCB의 경쟁상대가 될 수는 없는 법.

최근 대부업체들이 금감원 감독을 받게 해달라고 하면서 법적기구로 전환을 검토하고 상장 의사를 밝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불법 사금융업체와 차별성을 두려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몸집을 키우지 않고는 대형업체와 경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일각에서는 일부 경쟁력 있는 대형 토종 대부업계를 제외하한 나머지 대부업체들은 조만간 퇴출되는 등 또 한번의 빅뱅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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