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주 금감원이 RBC제도 도입을 위해 시험산출한 결과가 시장에 흘러나오면서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하락한 보험사들은 혹여나 대외신뢰도에 금이 가지는 않을까 속앓이를 하는 등 웃지 못한 해프닝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에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계약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생보업계의 경우 대외신뢰도는 영업에서 상품 그 이상의 영향력을 미친다”며 “지난주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실제로 RBC 도입후 대외신뢰도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경우 해당 보험사의 경쟁력은 급속히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중대한 문제이다”라고 설명했다.
◇ RBC 해프닝에도 ‘벌벌’ 이유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주 보험업계는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바로 RBC제도 도입시 일부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대폭 하락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소문의 근원지는 바로 금감원의 시험산출 결과로, 금감원은 2008년 3월 RBC제도 도입에 앞서 리스크 측정 기준 및 방법 등 기본운영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준에 대해 자체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션 결과가 시중에 알려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지급여력비율이 100%에 못 미치거나 겨우 턱걸이 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 상품들이 거의 유사한 보험업계에서 최대 경쟁력은 바로 보험사의 고객신뢰도”라며 “지금은 본사의 규제로 가능성이 적지만 IMF당시만 해도 지급여력비율이 100%이하가 될 경우 ‘그 회사는 망했으니 보험사를 바꾸는 것이 좋다’ 등의 음해성 영업의 자료로 지급여력비율이 사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금감원도 놀랐다
사태가 불거지자 소문의 근원지인 금감원이 조기진압을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3일 사태 발생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해명자료를 통해, 아직까지 RBC제도와 관련한 어떠한 기본운영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RBC적용 지급여력비율 및 리스크부문별 구성비는 리스크 측정 기준 및 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상이하게 산출됨으로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주길 부탁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가장 크게 놀란 곳은 아마 금감원일 것”이라며 “만약 사태가 커졌다면 보험사들의 영업 경쟁력은 물론 상장사들의 주가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너도나도 자본확충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해프닝으로 판명됐지만 RBC제도에 대한 위력을 느끼기에는 모자름이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도입을 채 2년도 남겨두지않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자본확충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말 200%미만의 지급여력비율을 기록한 금호생명과 알리안츠 생명은 대규모 증자를 통해 각각 309%, 198.6%까지 지급여력비율을 올렸다.
이외에도 사옥매각 및 추가증자, 영업호조 등을 통해 전 보험업계가 지급여력비율 상승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생보상장이 이뤄진다면 자본확충에 대한 고민은 일거에 사라지게 된다”며 “이를 떠나서 지속적으로 지급여력비율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2년후 도입되는 RBC제도로 인한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RBC 제도는 자본 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 비율을 산정할 때 책임준비금 외에 자산 위험, 금리 위험 등 각종 위험 요인을 반영하는 선진 재무건전성 규제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