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바로 금융투자업의 대상이 되는 금융상품의 정의이다. 입법예고된 이 법안에서 금융투자상품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고 있다. “물건 또는 권리의 취득으로 인하여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할 금전,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의 총액이,당해 물건 또는 권리의 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을 상회하게 될 위험(이하 투자성)을 부담하면서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발행인 또는 거래상대방에게 현재 또는 장래의 측정시점에 금전 등을 이전하기로 약정함으로써 갖게 되는 권리”라고 정의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이전처럼 일일이 금융투자상품을 열거할 필요가 없어진다. 예금상품과 보험상품을 뺀 나머지 금융상품은 모두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정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열거주의 체계 내에서의 포괄주의의 도입. 이것이 바로 자본시장통합법의 위력이다.
사실 열거주의적 포지티브 시스템인 대륙법 체계와 포괄주의적 네거티브 시스템인 영미법 체계 하에서 어느 쪽이 더 투자금융업이 발전했는가를 보면 답은 금방 드러난다. 단연코 영미법 체계 하에서다. 독일과 일본에서 직접금융시장은 별로 발전하지 못했다. 물론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시장은 두 체제 하에서 모두 나름대로의 발전을 했다.
하지만 직접금융시장은 영 딴판이다. 한마디로 상대가 안 된다. 포괄주의가 무언가. 한마디로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상당부분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 아닌가. 금융환경 투자환경 경제환경이 변할 때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상품을 순발력 있게 디자인하여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만 직접금융 내지 투자금융업은 발전 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땠는가. 열거주의 체계 하에서 요거 요거만 되고 나머지는 안 된다고 못 박아 놓고 나서 금융회사가 혹시 이건 안 될까요 하고 가져오면 정책 감독당국은 글쎄 한번 보자 해놓고 붙잡아 놓고 시간만 흐르다가 딴 부서로 전출 가버리는 분위기였다. 할 수 있다고 허용된 몇 가지나 열심히 하면 되지 만들어봤자 되지도 않을 걸 자꾸 만들어 정책감독당국만 괴롭히냐는 분위기였다. 가져가봤자 안될 것 뭐 하러 가져가니 하는 식의 적당주의적 태도가 팽배하면서 발전을 기대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번 자본시장통합법의 입법을 통해 이런 부분이 많이 해소되고 웬만한 상품은 원칙적으로 다 가능하도록 된 상황이므로 이제 새로이 출범할 금융투자회사는 변화된 환경을 이용하여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상품에 있어서 포괄주의와 영업에 있어서의 겸업주의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제도들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앞으로 국제경쟁력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탄생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선 대형화, 종합화 그리고 전문화의 스펙트럼 내에서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업무영역과 영업 타겟의 눈높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서서히 막이 오르고 있는 인수합병에 있어서 주체가 될지 객체가 될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 상황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몇 개 분야를 택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되 6개 분야를 모두 겸영한다고 해도 이를 한 회사로 운영할지 두 개 이상으로 운영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 겸영에는 이익도 있지만 부담도 따른다.
또한 상품개발 능력을 확충시키되 신종증권의 디자인과 아울러 이를 발행할 기업의 상황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이를 소화해 낼 수요처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급 수요가 동시에 잘 어우러지도록 신종증권을 개발해야한다. 이때 발행기업들의 상황과 니즈를 잘 판단하여 신종증권발행의 전 단계에 대한 심도있는 자문과 인수업무까지 원 스톱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ELS처럼 금융투자회사가 직접 신종증권을 발행하여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만일 상품의 특성상 맞춤형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면 고객과의 일대일 장외파생상품을 통한 상품취급도 바람직하다. 고객발행 신종증권, 회사직접발행 신종증권, 그리고 일대일 장외파생상품 등의 전략이 고객층의 넓이와 깊이에 따라 잘 어우러지면서 다양화된 전략이 실행될 경우 새로운 상품 시장이 효과적으로 공략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인력의 확보와 시스템문제 또한 중요하다. 이는 상품의 복잡성에 맞게 적정수준으로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출발한 자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상황에서 늦게 출발한 자들이 이를 따라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일 수 있다. 그러나 늦게 출발한 자의 이익을 그나마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출발한 자가 실수한 부분을 잘 연구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앞서가는 회사들의 장점을 잘 관찰하고 이를 벤치마킹 해야 한다. 그들이 해외에서 이미 성공시킨 상품은 매우 좋은 연구대상이다.
투자금융분야에서 우리의 발전 속도는 매우 늦다. 그러나 먼저 출발한 자와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을 통해 캐치업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포괄적 금융산업정책이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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