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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과 공정경쟁 정책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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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6-14 21:47

이상묵 삼성증권 상무,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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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권의 불공정거래 행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융회사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적극적인 조사를 하거나 제재를 가한 사례가 없었다. 금융업은 금융감독당국의 감독영역이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 금융감독당국은 금융회사들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검사인력을 투입하여 조사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공정거래당국과 금융감독당국이 보내고 있는 서로 상반된 시그널 사이에서 금융회사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일반 제조업체가 판매하는 상품과 다른 면이 있고 그 결과 일반 제조업에 대해 적용하는 공정경쟁정책을 금융업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선, 제조원가의 개념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예금상품의 경우에 가격은 예금 금리이다. 원가는 무엇일까? 가격이 원가 이하인가, 아니면 원가 이상인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예금상품을 판매하는 데에 직접 들어가는 원가는 점포 유지비, 급여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이 예금상품의 제조원가라고 볼 수는 없다. 예금 금리가 적정한 것인지, 덤핑을 하는 것인지, 담합을 하는 것인지 여부는 예금금리 자체로는 알 수도 없고,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도 없다.

예금금리가 적정했는지 여부는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한 결과가 나왔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대출로 운용한 결과 들어온 금리수입이 예금자에게 지급한 금리지출보다 크면 이익이 나고 그 반대이면 손실이 발생한다. 자산운용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예금금리 수준만을 놓고 가격의 적정성을 외부에서 감시, 감독하거나 부당하다고 제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금리 운용 이익이 났다고 했을 때 그것이 예금금리가 낮아서인지, 즉 예금 고객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상품을 팔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대출을 잘해서인지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상품을 판매하는 시점에 이미 제조원가가 확정되어 있고 판매가격이 결정되면 바로 제조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인지, 제조원가 이상으로 높은 가격을 받고 있는 것인지가 확인되는 것과 비교하면 금융회사가 파는 상품은 너무나 상황이 다르다.

대출의 경우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다. 대출금리는 차입자의 신용도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또 조달 금리에 따라 대출금리를 설정할 수 있는 폭이 차이가 난다.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대출 금리 자체만을 놓고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를 논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논의의 실익도 없다.

더욱이, 금융업에 존재하는 시스템 리스크는 금융업에 제조업과 같은 잣대로 경쟁정책을 적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한다.

우선 금융업은 인가업이다. 감독당국이 애초부터 일정한 수준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업종이다. 그 이유는 금융회사의 경영실패는 해당 회사 자체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운용하는 예금보험제도는 금융업의 경쟁상황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금융회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예금금리를 걸고 예금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제조업으로 치면 이는 가격 덤핑에 해당된다. 그런데 실제로 감당할 수 없는 높은 금리인지는 운용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반적인 시장상황에 비추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규제 당국이 개입하여 덤핑을 이유로 처벌까지 하기는 어렵다.

본래, 이러한 행태는 시장에서 고객이 대처해야 한다. 거래하는 고객이 저렇게 높은 금리를 과연 지불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고, 불안하다 싶으면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방식에 의한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덤핑이 방지될 수 있다. 그런데 예금보험제도의 존재는 고객에 의한 시장규율을 차단한다. 예금보험제도의 존재가 고객으로 하여금 거래하는 제품의 품질을 체크할 유인을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부실한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부실을 만회하기 위한 도박을 벌이곤 한다. 건실한 금융회사인 경우에도 제3자가 보기에는 위험하게 높은 금리를 약속하고 있으나 자신의 운용능력에 대해 과신하거나 자금조달과 운용간의 시차에 따르는 경영관리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후적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일은 제조업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판매시점에 제조원가가 모두 나와 있어 상품의 판매와 동시에 수지가 바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대출금리의 경우에도 향후 발생할 부실율을 제대로 감안하면 너무 낮게 대출금리를 책정하는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발언을 하는 배경에는 현재 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공정거래당국과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업에 대해서도 일반 제조업에 적용하는 공정경쟁관련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논의를 거쳐 앞으로 금융회사에 대해 적용할 공정경쟁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경기 참가자들에게 규칙을 정확하게 알려주기도 전에 규칙 위반을 거론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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