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기금 운용 왜 필요한가
2. 선진국에선 이미 최고의 기관투자가
3. 국내 대학들의 기금운용 현황
4. “대학을 잡아라”… 금융기관도 분주
최근 대학기금들의 재테크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원금보전을 목표로 한 안전성 중심의 은행예금에서 벗어나 이른바 ‘투자’를 하기 위한 변화모색을 위해 자본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물론 여전히 주식보다는 채권 등의 보수적인 투자가 대학기금 재테크의 큰 흐름이긴 하지만 최근의 저금리 기조와 증시 활황세 등으로 이들 기금의 포트폴리오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대학들의 경우 기존 펀드 뿐만 아니라 부동산펀드나 ELS 등 투자대상 다변화를 통한 공격적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기금관리위원회를 구성, 효율적인 자금운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따라서 본지에서는 현재 대학기금들이 왜 다각적으로 운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과 현황, 해외사례 등을 소개하고 이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다양한 전략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 저금리 시대, 대학도 몸달았다 =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재테크에 대한 열풍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학문의 요람’인 대학들도 본격적인 자산운용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더 이상 은행예금으로는 소위 ‘본전’도 찾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은행예금의 비중이 크게 줄고 있는 한편 시중금리가 꺾이면서 저축보다는 투자를 선호하는 대학이 늘고 급증한 것. 따라서 은행에서 증권가로 빠르게 자금의 물꼬가 트이고 있는 것은 물론 설사 은행에 남더라도 예금보다는 신탁상품의 비중을 늘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처음 등장한 ‘아카데미펀드’들의 경우 꾸준한 수익률을 보이면서 수탁규모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로 운용능력이 검증된 상위증권사·자산운용사의 경우 적어도 1개 정도의 전용펀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일부 대학은 미국처럼 자산운용기구를 설립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자금운용위원회를 설립하고 모든 기금관리를 이 협의체에서 관리중이며 서울대에서는 자산운용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관리자문위원회가 자산운용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 변화
대학도 경영마인드 필요…자금조달 능력이 관건
더욱이 최근에는 연세대가 대학발전기금을 우리은행에 위탁·운용키로 하면서 전문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대학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대학재단자금들이 자본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여전히 안정성을 운용의 기본으로 하고는 있지만 최근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관련 상품 편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 “학교도 이제 비즈니스 사업” 공감대 = 이처럼 대학들이 기금운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기존의 보수적인 자금관리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수 감소와 경기침체에 따른 기부금 수입 감소, 저금리 정착에 따른 운용수입 감소 등으로 학교 경영에 대한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영전략의 차별화와 이를 지탱해 줄 재무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
서울 소재의 한 대학관계자는 “대학재정의 지원 및 관리, 교육의 질적 관리 등 재단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제 수익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활동은 필수”라며 “대학도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갖고 새로운 경영기법은 과감히 채택하는 등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같은 어려움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이미 선진국의 경우 대학의 재무전략과 관련해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차입과 예금을 중심으로 한 종래형 자금관리방법에서 벗어나 학교채권발행을 통한 외부자금조달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학의 경우 등록금 등을 통한 현금흐름이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받는 과정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사립 명문인 게이오, 와세다를 포함한 10개 대학이 대학채 발행을 위해 채권 신용등급 평가기관으로부터 A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았고 이외의 타 대학들도 등급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연구소장은 “각 대학들도 이제 장기적인 비전에 뒷받침 된 경영전략을 수립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왔다”면서 “앞으로 장기에 걸쳐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느냐에 따라 타 대학과의 차별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자금확보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강 소장은 “자산운용에는 반드시 책임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라며 “자금을 전문 금융기관에 위탁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 자체내에서도 기금운용을 위한 전문인력이나 리스크관리시스템 등을 갖추려는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