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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두 얼굴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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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5-21 20:43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인간은 모두 죽는다. 그러나 이런 자명한 진리를 경제이론에 포함시키고 그 함의를 찾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죽음을 대하는 경제모형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모형은 천연덕스럽게 죽음을 통째로 무시하기도 한다. 죽음을 본격적으로 감안하는 모형도 죽음을 앞둔 사람의 행동에 대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가정을 채택하기도 한다. 하나의 극단은 ‘인간은 죽기 전에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소비하고 죽는다’고 가정하는 것이고, 다른 극단은 ‘인간은 자손의 행복을 몹시 중시하기 때문에 많은 재산을 모아 두었다가 물려주고 죽는다’는 가정이다. 물론 현실은 아마도 이 두 극단적 가정의 중간 어디엔가에 위치할 것이다.

경제모형에서 상속이 수행하는 역할도 다양하다. 하나는 유한한 미래만을 내다보는 인간을 사실상 무한한 미래를 바라보는 인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식을 생각하고 내 자식은 또 그 자식을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나는 내 자식의 자식을 생각하게 되어 내 의사결정의 외연이 그만큼 확장된다는 것이다.

상속이 수행하는 또 다른 역할은 말 안 듣는 자식에 대한 일종의 규율장치로서의 기능이다. 이 기능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인 리어왕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리어왕이 비극적인 최후를 마친 까닭은 상속재산을 미리 분배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모형에서 최적의 행동은 상속재산을 자녀의 눈앞에서 슬쩍슬쩍 보여주면서 그들의 효도를 최대한 이끌어 내다가 죽는 것이다.

상속은 사회적 차원에서의 함의도 가지고 있다. 우선 자신의 재산중 일부를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욕구는 당연히 그렇지 않을 때보다 저축을 증가시키게 되고, 따라서 투자재원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매우 유용한 사회적 저축의 동기를 마련해 준다. 반면에 부자의 후손은 더 많은 초기 재산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데 비해 빈민의 후손은 적수공권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평등에 언제나 수반되는 갈등을 해소하는 데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게 된다.

이처럼 상속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따라서 어느 사회나 상속을 무제한 허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금지하지도 않는다. 대개의 경우 개인의 상속동기를 일정한 한도까지는 허용하되, 상속재산이 극단적으로 과다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정도가 되면 이때는 상속세 부과를 통해 그런 불평등을 차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상속세율의 인하 내지는 폐지를 주장하며 경제이론과 부합하지 않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다한 상속세가 기업하려는 동기를 말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상속세는 상속의 유인을 저하시켜 저축을 감소시키고 소비를 증가시킬지언정 소득창출의 효율성 그 자체를 저하시킬 수는 없다.

또한 과다한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의 상속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 역시 잘못된 주장이다. 경영권의 상속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그 이유는 과다한 상속세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경영권이란 상속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대부분의 재벌총수의 실제 지분률이 5% 내외인 상황에서 설사 상속세율이 0이라고 해도 그 아들이나 딸이 자연스럽게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재벌총수의 후손이 경영권을 물려 받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재벌총수의 지분율 그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속세율의 적정 수준이 어디인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일 사회의 대다수가 상속세 때문에 저축을 기피하고 소비에만 몰두한다거나 고국을 등지고 조세천국으로 피신을 하는 경우라면 그 수준이 과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가 아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상속세는 적어도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일부 극단적인 부유층만의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경제이론은 정확히 이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크기의 상속세가 적정한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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