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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금융업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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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5-17 20:52

이상묵 상무 삼성증권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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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원론은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거래는 거래에 참여하는 당사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국가간의 거래도 최대한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상황이 조금 복잡하다.

개인간의 거래이든 국가간의 거래이든 거래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전문화를 수반하게 된다.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는 개인이나 국가는 생활에 필한 모든 것을 스스로 생산해서 해결해야 하다. 그러나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지면 자신이 상대적으로 자신이 있는 분야에 특화해서 생산을 하고 자신이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 중에서 일부만을 자신이 소비하고 남은 대부분의 것은 다른 사람이나 국가가 생산한 상품과 교환하는 데에 사용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전문화 과정이 우열이 없는 무차별적인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전문화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직업 자체에 귀천이 있는 것은 아니나 임금수준으로 보면 천차만별이다. 거래에 참여하게 되면서 개인은 천차만별인 직업 중에서 하나를 정하여 특화해야 한다.

무인도에서 혼자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는 것 보다는 세상에 나와 직업을 가지고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 나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떤 직업을 가지든지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 본인과 부모가 들이는 노력과 비용은 직업에 우열이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간의 전문화 과정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쇄국정책을 택해서 자급자족을 하는 것보다는 국제간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가간의 거래가 자유화되면 개별 국가는 전문화할 산업을 선택해야 하고 산업에도 우열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산업에 전문화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생활수준이 달라진다는 것 또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개인이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가기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듯이 국가도 좋은 산업을 선택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간의 자유로운 교역을 추진하는 정책과 좋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국가간의 자유로운 교역을 추진할수록 좋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무인도에서는 좋은 직업의 의미가 없으나 세상에 나오면 좋은 직업의 의미가 드러나고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금융업은 어떤 산업인가. 좋은 산업인가 아니면 신통치 않은 산업인가. 우리의 자식들이 가지게 하고 싶은 직업인가, 아니면 다른 직업을 가질 능력이 되지 못할 때에나 고려해볼 직업인가.

해당 업종의 임금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금융업은 상당히 좋은 산업임이 분명하다. 선진국일수록 금융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기업차원에서 보더라도 GE의 성공은 전구를 만드는 회사에서 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사업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데에 있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가 되고 있는 한미 FTA는 금융업에 새로운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금융은 미국이 관심을 가지는 중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년간을 끄는 다자간 협정과 달리 FTA는 성사가능성도 높다. 그 이유는 FTA가 가지는 융통성 내지는 신축성에 있다. WTO와 같은 다자간 협상은 이해관계가 다른 많은 국가들을 하나의 협정으로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의 조율이 쉽지 않다. 참가국들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는 예외적 조항을 너무 많이 두다보면 협정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개별적 특수 상황을 무시하면 협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 반면에 FTA는 기본적으로 두 나라간의 개별 협상이기 때문에 협상 당사국의 상황에 맞추어 합의를 이끌어 낼 수가 있다. 서로 다른 나라와 각각의 FTA를 체결하면서 동일한 내용을 적용할 의무도 필요도 없다. 상대방 국가의 상황을 감안하여 이른바 ‘맞춤식’으로 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금융자본을 보유한 나라이다. 이런 나라와 FTA를 체결한다는 것은 국내 금융자본에게는 분명히 엄청난 도전이다. 자칫 금융업은 미국이 장악하고 우리는 다른 산업에 전문화해야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금융은 사다 쓰면 되고 제조업을 육성해야한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인 사고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규제를 재점검해야 한다. 규제에 다른 동기가 들어가 있지 않은지, 재벌정책과 같은 다른 동기가 국내 금융산업의 육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지 않은지를 냉철히 살펴보아야 한다. 금융인들도 한사람 한사람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밤을 새워 뒤처진 진도를 벌충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한미 FTA로 인한 도전이 기회가 될 수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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