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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할 때가 왔다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5-01 20:54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법제도나 사전적 규제가 가진 문제는 1종 오류와 2종 오류문제로 요약될 수 있다.

즉 모든 피의자는 일단 무죄라는 가설을 세우고 나서 이 가설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나오는 경우 유죄라는 결론을 내도록 하는 경우 증거에 대한 기준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의 오류가 나타난다.

첫 번째 오류는 약간의 증거만 있어도 유죄가 되도록 하는 경우에 나타난다.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1종 오류이다. 반대로 확실하고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나와야 유죄라고 인정하는 경우 범인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2종 오류이다. 어느 오류가 더 문제가 되는가? 증거에 대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무고한 자가 범인으로 몰리는 1종 오류가 커지고 증거에 대해 엄격한 수준을 요구할수록 범인을 놓치는 2종 오류가 커진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검정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통계학은 확실한 결론을 내려주고 있다. 무고한 자를 범인으로 몰게 되는 1종 오류가 더욱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규제가 사후적인 쪽에 더 치중이 되고 사전적 규제는 완화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여기에서 나온다. 사전적 규제는 대부분의 피 규제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볼 때 나타난다. 아예 초동단계에서 걸러내겠다는 접근방식이다. 이는 대부분의 피의자를 범인으로 모는 것과 비슷하다. 이 경우 범죄는 줄겠지만 정상적인 활동마저 위축이 된다. 1종 오류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최근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의 폐지를 둘러 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완료되어 가면서 이 제도의 존폐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출총제는 강력한 사전적 규제이다. 자산규모 6조이상인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들의 타회사 지분참여 총액을 순자산의 25%까지로 막아버린 제도이다.

물론 제정과 폐지 다시 제정과 개정을 반복한 이 제도는 나름대로의 존재이유가 있다. 대기업집단의 문제점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계열사에 대해 타회사 출자지분에 제한을 두지 않게 되면 순환출자를 통한 내부지분율이 증가하면서 재벌총수가 얼마 안 되는 개인지분을 가지고 전체 계열사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힘의 증폭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자본형성이 가능해지면서 대규모 부채조달을 할 수 있는 여력이 확보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출총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다. 금산법에다가 공정법상 금융계열사 지분제한 제도 등 다양한 제도가 존재하므로 얼마든지 규율이 가능하다.

또한 이 제도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기업들을 잠재적 문제아로 파악을 하면서 자산규모 6조이하인 기업과는 대비되는 지나치게 역차별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결정할 때 기존 기업 내에 새로운 사업부문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고 새로운 기업 설립을 통해 지분을 늘려가는 방법도 있다. 물론 다른 기존 기업에 대한 지분참여를 도모하는 수도 있다. 이러한 투자형태는 대단히 복잡하고 미묘한 의사결정사항이며 어느 쪽이 일률적으로 좋고 나쁘고를 사전적으로 가늠하기가 어렵다. 결국 돈을 가지고 투자를 집행하는 당사자가 결정할 문제이지 외부에서 누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사항이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을 도모한다며 국민의 정부는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빅딜이라는 정책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과잉투자로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부문이 TFT-LCD분야였다. 지금 이 분야는 어떤가? 디스플레이 분야는 우리가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자랑하는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직접 투자를 담당하는 주체가 아닌 제3자가 훈수를 둘수록 문제는 복잡해진다. 투자의 규모와 유형은 당사자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2002년도에 개정안에서 동종 및 밀접관련 업종에 대한 출자를 적용제외 대상으로 처리하여 출총제가 기업의 생산적 투자를 저해하거나 기업의 최적 조직 형태를 왜곡시키는 문제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종 및 밀접관련 영업이란 한국표준산업분류 상 같은 중 분류에 속하는 업종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분류자체가 문제가 있다. 이는 기술적이고 과거 지향적 기준이다. 수시로 변화하는 경제상황 하에서 유연성이 부족하다.

더구나 최근의 기술 혁신 방향은 이종산업간 기술이 상호 융합되는 하이브리드 내지는 퓨젼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분류상 이종 업종인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하이브리드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혁신의 가능성이 있다면 지분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일부 기업은 자신이 계획한 투자가 재수좋게(?) 적용 제외를 받을 경우 혜택을 보게 되는 반면 적용제외에 해당하지 못한 다른 기업은 미래 성장 산업으로의 진출이 좌절되는 수가 있으므로 기업들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도둑을 확실하게 없애거나 줄이는 방법 중에 하나는 의심되는 모든 사람을 다 구속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도둑이 아닌 사람을 구속 시키는 잘못은 도둑을 놓치는 잘못보다 부작용이 크다. 출총제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집단은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 자본을 형성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투자문제를 풀려하면 부작용은 심각해진다. 일단 귀무가설은 그러한 의도가 없는 정상적인 경제주체라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투자의 양과 질이 모두 열악해지고 있는 지금 출총제의 1종 오류는 매우 심각하다. 필요하다면 가공자본 형성자체를 제약하는 새로운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 제도는 폐지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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