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고려신용정보 사장은 “채권추심을 주력으로 하는 신용정보회사 가운데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2~3년 내에 구조조정 등을 통한 시장재편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업계간 ‘빈익빈부익부’ 심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신용정보회사 현황과 발전과제’ 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용정보회사는 33개이며, 이중 25개가 채권추심만 하고 있다. 4대 업무를 모두 다루는 종합신용정보회사는 5개다.
신용정보를 수집해 신용평점을 산정, 이를 금융기관 등에 제공하는 정통 CB 회사는 지난해 설립된 한국개인신용정보, 한국기업데이터, D&B코리아 등 3개 뿐이다.
정부출연기관을 제외한 30개 민간 신용정보회사들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98억원과 16억원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했다. 특히 채권추심을 통한 매출액이 전체의 78.8%를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용정보회사들의 채권추심업 매출은 전년 동기의 6303억원에 비해 12.4% (781억원)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해 은행과 카드사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아웃소싱 차원에서 맡긴 채권추심이 대폭 늘어난 탓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익구조가 채권추심쪽에 치중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CB의 경우 전년 대비 10억원(2.7%) 증가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회사별로 채권추심업 시장점유율은 미래 10.3%(733억원), 한신평 10.1%(719억원), 케이비 10.1%(712억원), 솔로몬 8.4% (596억원), 에이앤디 6.8%(484억원), 한신정 6.1%(432억원) 등으로 상위 5개사의 점유율이 45.8%를 기록해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 〈표1 참조〉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신용정보회사들은 CB의 발달로 인해 관련 매출의 비중이 매우 높지만 한국은 인프라가 취약해 아직은 채권추심쪽에 몰려 있다”면서 “CB 시장이 성숙해지면 조사, 조회, 추심, 평가 등 신용정보사 허가업무의 비중이 점차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용정보회사들이 신용평가·신용조회·신용조사 등을 통한 매출은 각각 5% 안팎이었다. 〈표2 참조〉
심지어 종합신용정보회사의 경우에도 핵심 업무인 회사채 등 유가증권 평가와 관련된 매출은 20%에 그쳤다. 채권추심에 주력하다 보니 고용구조도 취약했다.
채권추심 종사자가 무려 1만 8000여명으로 전체 인력의 80%에 이르고, 이중 정규직은 1700여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업무위탁계약에 의해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아내고, 추심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챙기는 계약직 채권추심원들인 셈이다.
◆ “공적채권도 신용정보사가 추심해야”
현재 추심업무에 특화돼 있는 신용정보회사의 경영기반은 취약하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신용정보회사들의 경영기반 강화를 위해 그 동안 채무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대폭 강화되고 업계의 자정노력 등으로 여건이 크게 개선된 점을 고려해 채권 추심 대상을 세금, 벌금 등 공적 채권이나 민간채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재정누수 방지 및 조세정의 구현은 물론 신용정보회사의 경영기반 강화에 고용창출 효과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서유정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 은행연구팀 과장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신용정보회사가 체납세금 징수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며 “추심대상 채권 확대는 신용정보회사의 경영개선은 물론 정부의 세수손실 감소, 국민편의 도모, 고용확대 등의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신용정보업체들이 신용평가 및 CB업무를 강화할 수 있도록 증시 상장시 증권당국이 해당기업과 주요 경영진 및 대주주의 신용도를 신용정보회사에 의뢰해 점검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들이 우량고객에 관한 정보 노출을 우려해 긍정적 신용정보 제공을 기피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신용평가 수수료를 우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부정확한 신용정보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정보에 대한 본인의 열람권, 오류정보에 대한 정정요구권 및 절차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신용조사서에 의해 신용공여 채용 보험가입 등을 거부했을 때는 당사자에게 신용정보회사로부터 해당 신용조사서를 무료로 받아 볼 수 있도록 해 이의제기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고 서 과장은 소개했다.
또 신용조회, 신용조사, 신용평가, 추심, 컨설팅 등 신용정보회사들의 업무간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만큼 채권추심 및 컨설팅 등의 업무를 취급하는 신용정보회사에 대해서는 신용평가 및 CB업무와 겸영업무간에 방화벽 및 내부 감시체제를 구축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용정보업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자정능력을 높이기 위해 신용정보협회를 신용정보법에 의거 감독당국의 허가를 얻어 설립하는 업계 자율규제조직으로 확대 개편해 모든 신용정보회사가 협회에 가입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채권추심인력의 고용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공인추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전체 추심인력 대비 위임계약인력 비율을 연차적으로 축소 소멸시키도록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표1〉 상위 5개사 채권추심부문 시장점유율
(단위 : 억원, %)
〈표2〉 최근 5년간 부문별 매출액 현황
(단위 : 억원, %)
주 : 1) 리스크관리 컨설팅, 민원용역 대행업무 등 부수업무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