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목표량 할당, 잦은 캠페인 등 회사측은 한 펀드만 집중적으로 팔게 하고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친인척까지 동원, 펀드 가입을 무리하게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주사 체제내의 은행, 증권사 등에서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투운용이 출시한 성장형펀드(윈윈 퍼스트클래스)에 대해 하나은행과 대투증권 등 하나지주의 자회사 직원들은 3개월 내 1조원 목표량을 달성하도록 요구받았다.
다만 한 펀드만 집중적으로 팔 경우 향후 증시방향성에 따라 투자자 이해상충 문제를 우려한 직원들이 불매운동을 벌였고, 결국 회사측은 주식, 혼합, 채권형 등 5개 종목을 캠페인 종목으로 재선정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투증권 한 관계자는 “처음에 회사에선 ‘윈윈FC’ 펀드를 출시하고 3개월 내 1조원을 팔도록 목표량을 부여했다”며 “그러나 주식형펀드란 게 시장방향성에 따라 고객 이익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어 투자자 이해상충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투증권노조도 16일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펀드 강매 실태에 대해 금감원에 공식적으로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3개월내 한 펀드만 1조 팔아라” 무리한 목표할당
증권산업노조, 금감원에 특별검사 요청키로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들의 펀드 강매 수준도 만만찮다. 우리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17일 출시한 ‘우리코리아 블루오션’에 대해 출시 다음날이 18일부터 올해 2월말까지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의 자회사들은 3개월 남짓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우리투자증권 본사직원의 경우 차장급이상(5000만원), 과장 및 대리급(4000만원), 사원(3000만원) 등 할당액이 부여됐고 지점의 경우 규모에 따라 25억원에서 50억원까지 목표액이 부과됐다.
이에 따라 목표량을 조기 달성하면 포상이 주어졌고, 캠페인이 끝난 지금도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한 직원이나 지점은 여전히 목표량 달성을 위해 해당 펀드를 팔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시장상황을 고려치 않고 펀드 수탁고에 급급해 무리하게 팔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고객과의 이해상충 소지다.
판매한 지 4개월에 불과한 ‘우리코리아 블루오션’ 펀드의 경우 현재 6510억원어치가 팔렸다. 출시 당시 황영기닫기

그러나 이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벤치마크 대비해서도 손실을 보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공정협의를 받고 있는 영남제분 지분을 우리자산운용이 당시 매입,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노조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400포인트까지 오른 주식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60%이상 주식을 편입했던 것이 그 원인”이라며 “또한 리스크를 헤지하는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못해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게 됐다”고 꼬집었다.
강종면 증권노조위원장은 “약정 강요가 불법이듯 펀드 강매도 심각한 문제”라며 “주식 및 채권형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권유해야 상황에서 캠페인부담 때문에 직원들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한 상품을 팔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형증권사 자산관리 전문가도 “고객들로 하여금 적절한 분산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금융회사 직원들이 회사의 무리한 목표할당량 등 캠페인 때문에 투자자 손실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같은 불완전 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한 주식시장 신뢰도는 또다시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증권노조는 우리, 하나, 신한, 한국금융지주의 증권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 공대위’를 내주 중으로 결성할 방침이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