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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와 반기업정서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2-15 21:35

이재웅 성균관대학교 경제학 교수

최근 어느 재벌그룹 총수가 우리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무마하기 위해서 거액을 조건 없이 사회에 기증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재벌그룹은 그동안에도 매년 수백억 원 씩 불우이웃과 소년소녀 가장 돕기를 위해서 거금을 내놓기도 했고 인재 양성을 위해서 거액의 장학기금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나름대로 이런 저런 명목으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에 앞장서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행위에 대해서도 찬사에 못지않게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취지나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앞으로 이와 같은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기부활동과 자선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가성 없는 돈을 기부하는 일이 드문 우리 사회에서 기부행위는 높이 평가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기부문화가 잘 정착된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 제1의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는 또한 미국 제1의 자선사업가 이기도 하다. 미국의 타임(Time)지는 2005년의 인물로 빌 게이츠 부부를 선정했다.

그밖에도 손꼽는 부자기부자들 중에는 사회복지, 의료, 교육, 예술 등 대중을 위한 좋은 목적에 경쟁적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는 소위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부자들은 자선사업이나 기부활동을 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

가장 개인주의적이며 자본주의적인 미국의 부자들이 유럽이나 아시아의 부자들 보다 훨씬 더 인도주의적이며 박애주의에 입각해서 적극적으로 기부활동을 벌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빈부격차에 따르는 사회불안을 막기 위한 소극적인 목적에서 기부를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서 기부활동을 장려한다.

철강재벌 앤드류 카네기는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축적한 거대한 부를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사업에 남김없이 쓰기 위해서 엄청난 기부활동을 벌였다. 미국 사람들은 기부행위를 권장하고 기부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반면 이기적이며 기부에 인색한 부자들을 경멸한다. 기부자가 존경받고 그들을 명예롭게 우대함으로써 보상하는 사회에서 기부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부자나 독지가들의 기부나 후원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부문이 많다. 그러나 후원의 손길은 미미하다. 각종 후원회나 기부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원인은 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칭찬이나 감사에 인색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재벌이나 부자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부를 축적한 과정에 대해서 지나치게 의심이 많다. 부자에 대한 존경심보다 불신이 크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인 형평논리와 과도한 평등주의가 빈부간의 갈등과 긴장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사회불안 요인을 완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부활동은 불가피하게 부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이런 여건에서 보다 적극적인 기부문화의 정착을 위한 토양은 미비하다고 하겠다.

부자들이 기꺼이 기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부자들의 기부활동을 명예롭게 보상할 때 그들도 기꺼이 적극적인 기부활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그들이 사회적으로 좋은 목적을 위해서 적지 않은 부를 기부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할만한 것이며 상당한 허물이 감싸질 수 있지 않겠는가. 기부하는 사람에 대해서 감사와 존경을 표시하기보다 질시와 의심만 돌아오는데 돈을 선뜻 내놓을 수 있겠는가. 돈이 있는 사람들도 번거롭고 뒷말이 듣기 싫어서 기부나 자선활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럴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무 또는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 강조되고 있다. 자선사업이나 기부행위가 사회 환원이라는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도 문제이다. “환원”이라면 본디의 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기부행위에 대한 감사나 존경의 뜻 보다는 기껏해야 사필귀정 내지 기부자의 책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이래서는 기부문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더러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기부라면 으레 전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수재의연금이나 불우이웃 돕기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가난한 과부의 푼돈으로 사회복지, 후생, 학교, 병원, 예술 등을 후원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의 선을 위해서 부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기부와 자선활동이 장려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인식을 바꾸어서 기부행위에 대해서 감사와 존경으로 보상할 때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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