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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다론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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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2-12 22:40

조관일 컬럼 강원도 정무부지사,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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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다’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보면 ‘덜 떨어져서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을 낮추보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꼼꼼하거나 소심하거나 세밀한 사람도 ‘쪼다’라고 부른다. 오늘은 후자의 의미에서 쪼다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직장생활에서 지나칠 만큼 꼼꼼하여 쪼다라는 말을 듣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표현은 기분 나쁠망정 ‘쪼다’는 그 나름의 긍정적 측면이 있다. 즉, 직장생활에서 제몫을 다하고 성공하려면 꼼꼼하고 세밀하고 소심한 ‘쪼다적 강점’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쪼다가 성공한다



내가 쪼다론자가 된 까닭은 30년 동안의 금융기관(농협)생활을 통해서이다. 특히 4년여의 비서실 근무는 그렇잖아도 꼼꼼하고 세밀한 나를 더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가정에서 조차 “왜 그렇게 소심하냐”든가, “쓸데없는 잔걱정을 한다”는 등의 핀잔을 들을 정도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능력이상으로 농협에서 상무에 까지 오르고 고향에서 부지사를 할 수 있게 된 이면에는 남보다 더한 ‘쪼다’기질이 한몫했다고 굳게 믿는다. 그리하여 기회 있을 때마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쪼다가 되라. 통큰 녀석 중에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젊은 시절을 점검해보면 거의가 소심하고 세밀한 쪼다들이었다. 그 쪼다들이 성공한 다음에 통큰 척 할 뿐이다”라고 -.

내가 이렇게 ‘쪼다’에 심취(?)하게 된 데는 그럴만한 경험이 여럿 있기 때문인데 그중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서실에 있을 때의 일이다. 나는 회장님의 연설문을 쓰는 스피치라이터를 겸하고 있었다. 한번은 대통령을 모시고 잠실의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엄청 큰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 행사전날 나는 연설문을 3부 복사하였다. 왜 3부냐고? 1부는 내가 불의의 사고로 행사장에 가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다른 비서에게 지참시킬 것이었고, 1부는 회장님이 직접 읽어야 할 것, 그리고 나머지 1부는 내가 가지고 있을 예비본이었다. 연설문을 만들면서 ‘불의의 사고’까지 고려할 정도였으니 보통이 넘는 쪼다임에 틀림없다.

행사당일 행사장에 가보니 대통령경호실에서 회장님의 연설문을 단상의 탁자에 미리 갖다놓으라 했다. 곧 이어 식전행사가 벌어졌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분위기를 잡았고 체육관을 꽉 메운 관중들은 떠들썩 즐거워했다. 그러나 나는 쪼다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30~40m 떨어진 관중석에서 단상에 있는 연설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 입장이 임박해지자 일단의 경호원들이 단상을 점검하더니 회장님이 읽어야할 연설문을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착각하여 쓱 치워버린 것이다. 아! 그때의 황당함이라니. 나는 미친 듯이 관중석의 계단을 뛰어내려와 다시 단상으로 뛰어올랐고, 웬 놈인가 싶었는지 경호원이 길을 막았다. 숨을 헐떡이며 사정을 말하고 갖고 있던 예비 연설문을 탁자에 놓자마자 대통령 입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사는 성공리에 치러졌다.


치밀하고 빈틈없게



지금 생각해도 등골에서 진땀이 날 위기상황이었다. 만약 예비 연설문을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또는 연설문을 단상에 갖다놓고 안심하고 연예인들에게 한 눈 팔고 있었다면 그날 어떻게 되었겠는가 말이다. 아마도 오늘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지금은 정보화시대요 마이크로 시대이다. 일순간의 방심이나 작은 실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그래서 CEO 안철수닫기안철수기사 모아보기씨 조차 ‘passion for details’를 강조했다. 즉, 고위 관리자일지라도 일을 세부적인 것까지 꼼꼼하고 세밀히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쪼다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믿고 싶다. 특히 금융기관 임직원은 반드시 쪼다가 되기를 권한다. ‘덜 떨어져서 제구실을 못하는’ 쪼다가 아니라, 무슨 일이든 치밀하고 빈틈없고 깐깐하게 챙기는 좋은 의미의 쪼다 말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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