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얼마 전에 청와대 비서실장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는 이제 “선진국에 들어가야 된다. 또는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있다.”는 등의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시대정신”이라면 더욱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우리나라가 벌써 선진국이 되었는가?
한국도 물론 만만한 나라는 아니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며, 자주국방, 자주외교를 내세우는 강소국 이다. 우리는 세계적 첨단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POSCO등을 키웠다. 소득수준 2만 달러를 선진국이라고 한다면 한국도 여기에 가까이 이르렀다.
그러나 10년 전을 돌이켜보라.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한지 채 1년도 못되어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이것이 선진국으로 향한 꿈의 첫 번째 좌절이었다. 외환위기로 인해서 재벌경영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부패와 패거리 문화, 그리고 원천기술 없는 선진국 기술의 복사 등 한국경제의 취약점들이 드러났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개혁에 따른 경제회복에도 불구하고 근래에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3~4%에 그치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의 9~10% 성장은커녕 한국이 아시아 주요국들 중 꼴지 성장국이 되었다. 우리가 제조업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원은 우수인력이다. 높은 교육열과 교육투자, 그리고 해외유학 등은 어느 선진국과도 겨룰 수 있다. “지식경제”에서 한국이 앞으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경쟁국보다 더욱 싼 노동력과 긴 노동시간으로 경쟁할 수는 없다. 오직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서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경쟁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교육은 오히려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에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은 없다. 진정으로 우리가 선진국과 경쟁하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을 정부규제로부터 풀어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대학 및 교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에 수출산업으로 급성장하는 영화, TV드라마, 팝가수, 인터넷게임 등은 재능과 창의의 산업이다. “대장금”은 작년에 홍콩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비와 보아는 아시아의 가수이며, 욘사마, 장동건 등은 아시아의 스타들이다. 소위 “한류”가 급성장하면서 우리의 문화수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 아직 경제적 효과는 IT산업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한류”는 우리에게 한국도 이제 더 이상 볼일 없는 나라가 아니라는 자존심을 살려주었다. 앞으로 한류가 쇠퇴하지 않으려면 문화산업에서도 스크린 쿼터, 문화민족주의 등 보호주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생산능력, 브레인파워, 그리고 문화수출은 더욱 확대하더라도 우리가 윤리수준과 신뢰도를 높이지 못하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에 “황우석 쇼크”는 우리에게 또 다시 커다란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한때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르던 황우석의 선구적인 바이오텍 연구가 조작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낮은 윤리수준과 신뢰의 문제를 표출했다.
근래에 몇몇 재벌기업들의 불공정거래와 분식회계 등도 우리사회의 비윤리적이며 신뢰할 수 없는 경영관행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회 각 분야에서 낮은 윤리수준과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한국과 한국경제도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사회의 이데오르기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최근에 한국사회가 좌경화되면서 국민 분열과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 성장 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경향도 시정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성장과 번영은 사람들에게 보다 참을성 있고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며 민주주의를 신뢰하도록 한다.
반면에 경제가 침체하고 쇠퇴하면 사회가 좌절, 초조 및 사회적 충돌 속에서 독제체제로 나가기 쉽다. 한국이 개방적인 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 경제성장은 중요하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윤리와 신뢰의 확립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 위에 경제적 자유와 시장경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