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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의 공신력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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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05-15 23:19

유한수 회장 바른경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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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앞으로 부동산 등기부에 부동산의 실 거래가격을 기재시킬 예정이다. 이 경우 실 거래가격을 속이면 공문서 위조가 되는가. 그래서 처벌을 예전보다 더 엄하게 할 수 있는가. 아니다.

우리나라 등기부는 공신력(公信力)이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등기부에 부동산의 소유주가 ‘홍길동’이라고 되어 있다고 하자. 그것은 법원이 그 부동산의 소유주가 홍길동이라고 하는 사실을 공인하는 것이 아니다. 공인하자면 법원이 부동산거래의 자금출처, 실제 자금지불자 등을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데 인력, 시간 등을 고려할 때 그것은 불가능하다. 등기부가 말해주는 것은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부동산 취득신고를 해왔고 서류에 하자가 없어 받아 주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실제는 이순신이라는 사람이 주인이고 자기 이름을 드러내기 싫어 홍길동에게 부탁해서 그의 이름으로 등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홍길동이 부동산 등기부를 제3자에게 보여주면서 그 부동산 매매계약을 해 돈을 받았다 해도 법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등기부에 소유주가 ‘빌 클린턴’이라고 되어 있으면 그것은 믿어도 좋다. 등기부에 공신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유주는 조지 부시인데 빌 클린턴에게 부탁해서 이름을 빌릴 수 없게 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우리나라에서 등기부에 거래가격을 실거래가로 기재하라고 해서 진실한 가격이 기재되겠는가 의문이 간다. 이름도 속이는 판에 가격이야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등기부에 적혀 있는 이름에 대해서는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가격에는 공신력을 부여해서 조세와 재판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사례의 경우 가격을 속인 죄(허위기재)로 이순신이 벌을 받아야 할지 홍길동이 벌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두 사람을 공범으로 보아야 할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이 같은 야단법석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 같다. 예컨대 주민등록법을 보자.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옮기는 것은 위장전입이다. 왜 위장전입을 하는가. 농지를 사고 싶은데 농촌에 거주하지 않으면 살 자격이 없으니 위장전입을 한다. 또 선거 시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해당선거구에 위장전입 해서 한 표를 보태준다.

농지매입의 경우 매수자를 제한하는 것은 법적으로 볼 때 재산권행사에 대한 침해소지가 있다. 매수자 제한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수요자를 제한해 버리면 공급자가 제값을 받을 수 없다. 농토를 가지면 재산권행사에 제약이 있고 제값을 받을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농촌을 떠난다고 말해서 되겠는가. 더 이해가 안가는 것은 주민등록등본만 보여주면 그가 언제 전입했는지는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장전입여부를 따질 장치가 애당초 없다.

선거 때문에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선거 때는 한 집에 수 십 명이 위장전입을 했다. 상식적으로 한 집에 이렇게 많이 산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동사무소에서는 전입신고를 다 받아주었다.

제도적으로는 위장전입에 대해 벌금은 물론 징역형까지 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민등록을 잘못해서 감옥에 갔다는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다. 죄에 비해 벌이 너무 과하기 때문에 실제 벌을 주지 않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등기부에 실거래가를 허위 기재할 경우 어떤 벌을 줄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죄목은 탈세가 될 것이니 벌이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일년에도 수 십만 수 백만 건이 될 부동산 등기부 변경을 무슨 재주로 검토하고 조사할 것인가. 무언가 문제가 생길 때 뒤져서 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은 허위기재하고도 무사하고 재수없는 사람만 걸려들 것이다. 재수없는 사람 중에도 힘있는 사람은 또 빠질 구멍이 있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부동산 관련 세금부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을 것이 뻔한 정책을 남발하면 정책의 공신력이 떨어지게 된다. 미국같이 부동산 거래에 변호사가 입회하고 거래금액신고의 확인을 변호사가 하게 하면 실 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공인중개사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고 변호사들도 달가와 하지 않을 것이다. 중개료 몇 푼 받았다가 실 거래가를 속인대가로 면허취소를 당하기는 싫을 테니까. 미국에서 회계장부나 거래내역이 투명한 것은 개인들이 깨끗해서나 아니라 상업적 거래에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이 반드시 개입하게 하고 허위보고 등의 책임을 그들 전문직에게 묻는 시스템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 자신이 없다면 부동산의 실거래가를 파악하겠다며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없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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