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차장이었으나 올해 초 부장을 건너 뛰어 이사로 고속 승진한 점도 한 이사가 갖고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한 이사는 현재 SAS코리아의 리스크인텔리전스 팀을 총책임자의 위치에 있다. 10년이 넘는 SAS코리아 역사상 첫 여성임원이기도 하다.
한 이사는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게 된 배경에 대해 “은행에서 금융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한 이사는 1990년 초부터 1996년 9월까지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기신용은행(이하 장은)에서 근무했다.
장은에서는 여신, 자금, 영업점 업무 등을 맡았다. 특히 장은 근무 시절 4년 동안 담당했던 여신업무가 현재 리스크관리 컨설팅에 큰 도움이 됐다.
여신 업무를 하면서 은행 대출에서 회수되지 못할 위험을 관리하면서 연체, 심사 등을 맡았던 경험이 리스크관리 컨설팅과 밀접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다.
한 이사는 “현재 바젤Ⅱ 신용리스크 부문에서 얘기되는 자본 관리 부문에서 과거 여신 업무를 담당하면서 거래 업체의 신용을 분석했었던 경험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연은 장은 퇴사 이후에도 이어진다. 구 아더앤더슨 컨설팅 등에 근무하면서 금융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 한 이사는 구 한빛은행의 신용위험관리 컨설팅에도 참여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 SAS코리아에 입사한 뒤 리스크 관리 분야를 전담하고 있다. 2003년은 바젤Ⅱ가 국내에 막 소개됐던 시기로 당시에는 시스템 구현에 나서는 금융기관도 없었다.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솔루션, 컨설팅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전문가가 턱 없이 부족하던 국내 여건에서 한 이사의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됐다.
인력 부족의 단적인 면을 보여주는 한 이사의 일화가 있다. 지난해 8월 과로로 인한 건강 악화로 한 이사는 병원에 입원했다. 이 시기에 국민은행은 바젤Ⅱ에 대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었다.
한 이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국민은행 담당자의 상담을 받고 제안서를 준비했다고 한다. 한 이사의 이런 노력으로 SAS코리아는 최초 바젤Ⅱ 프로젝트 수주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한 이사는 “바젤Ⅱ 분야에서는 국내가 해외에 비해서도 앞서 있어 신천지를 개척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젤 협약 자체가 계속 변하고 있어 유럽, 미국, 아시아 등이 모두 준비되는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앞서 한 분야를 이끌어가고 있는 데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올해 내에 구현을 완료할 계획이어서 올해 내에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스템이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젤Ⅱ 협약을 준수하기 위한 모델에 대해서는 1년 이상 긴 준비 기간을 거쳤으며 3년 정도 운영해 봐야 하는 기간이 필요해 올해는 모델을 완성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이사는 한동안 논란이 됐던 IRB(내부등급측정법)에 대해서는 “고급내부등급측정법은 해외에서도 정보 축적이 안돼 기본내부등급측정법을 먼저 적용해보고 데이터 축적이 끝난 이후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시행착오를 충분히 거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하기 전 금융기관 내부 정보 분석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보의 문제를 분석해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타당한 결정을 거치는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SAS코리아 리스크인텔리전스팀은 지난달 여신관리 전문업체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누리솔루션과 바젤Ⅱ 분야에서 협력을 맺기로 했다.
누리솔루션 역시 장은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로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지만, 업무 지식을 통한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바젤Ⅱ 열풍이 강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 한 이사의 신바람 나는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