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임직원 승진 동결, 鮮京1천억증자 추진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이 잇달아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신업무가 없어 부실채권이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때문에 부도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게 그동안 증권업계의 막연한 믿음이었지만 은행권이 콜론을 해주지 않으면 증권사들도 버틸수 없다는게 현실로 증명이 된 셈이다.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의 부도는 근본적으로 따지면 3년동안 이어진 증시침체가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삼미, 한보, 기아등 대기업들의 연쇄부도로 대지급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내재적으로 부실요인을 안고 있었다고 볼수 있다.
이런 와중에 14개 종금사가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콜시장이 제기능을 못했고 콜등 단기차입의 의존율이 높았던 증권사들은 급격하게 자금줄이 조이게 된 것이다.
다만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이 이같은 신용공황의 첫 희생양이 된것은 母기업이 부실하다는 요인이 덧붙여져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자금경색이 더 심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증권사의 부도가 현실화되자 산업, LG, 동원, 대우, 삼성, 선경, 현대등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인원과 점포를 줄이면서 단기차입금을 대폭 축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 시작했다.
무차입경영을 선포하고 나선 동원증권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동원은 우선 자산유동화를 목표로 유가증권 실물자산등을 유사시 현금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자익성예금의 경우 만기가 되면 인출해 회사가 직접 단기자금으로 운용하는 등 곧바로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동원증권은 또 골프회원권등 불요불급한 실물자산의 경우 그동안 꾸준히 매각해왔으며 상품보유주식과 채권도 가급적 늘리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동원은 인력감축에도 나서고 있는데 퇴직등으로 신규인력이 필요한 경우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임시채용사원을 늘리는 것이 그것이다.
산업증권은 인원감축등 그동안 부분적으로 시행된 단편적인 자구책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위해 부즈알랜 & 해밀턴사에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다.
이에따라 지난달부터 조직 및 영업, 전략 등 모든 부분에 대한 점검에 들어간 대상으로 1차 브리핑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즈알랜 & 해밀턴사는 브리핑에서 산업증권이 나가야할 방향에 대한 브러커리지 중심구조에서 탈피해 채권인수 및 중개, 법인영업등에 기반을 둔 도매영업으로 특화해야한다는 것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산업증권이 그동안 채권업무를 강화해 왔던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신인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위해 현재 25개의 지점중 적자점포를 과감히 폐쇄하고 직원을 대폭 줄이는 조치가 함께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5백80여명의 직원을 4백명으로 줄이거나 50%를 감축하는 방안등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본사부서 통폐합을 비롯 전산인력 축소 및 적극적인 아웃소싱등 모든 조직에 대한 슬림화도 제기됐다.
LG증권은 그룹차원에서 인력감축은 없다고 발표한 만큼 기존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되 본사슬림화를 통한 영업력 제고와 부서간 통폐합을 통한 부서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재 지점영업, 본사영업, 국제, 경영지원등 4개의 총괄부분체제에서 국제와 본사영업을 통합한 3개 총괄부문으로 조직을 축소했으며 38개의 본사부문 팀을 32개로 줄였다.
이에따른 가용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키로 했다.
LG증권은 또한 국내외영업을 일원화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도록 했으며 기업금융 및 법인영업등 본사영업부문도 조직을 축소했다.
기획부와 재경부서, 총무와 관재팀등을 통합하는등 본사지원팀간의 통폐합을 통해 본사조직을 크게 축소했다.
국내와 국제로 이원화돼 있던 자산운용부서를 통합하고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리서치센터와 수평연계해 자산운용의 효율화를 꾀하기로 했다.
고려증권도 비록 부도처리됐지만 최봉환상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대대적인 자구계획을 마련하는 등 회생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최봉환 신임대표이사는 1천80여명의 현재 직원을 3백명으로 줄이고 이창재회장 소유부동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해 단기차입금을 장기로 전환,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고려증권은 우선 비용절감을 위해 12개팀을 6개팀으로, 53개 영업점포를 20개로 각각 축소하고 직원수를 1천80명으로 3백명으로 줄였다.
고려증권은 이를위해 이미 전직원으로부터 사표를 받았고 지점장회의등을 통해 해고대상자를 추렸다.
고려증권은 또 이창재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명동대연각빌딩, 서초동 소재 고려관광 차고, 목장 2백만평등 8개의 부동산을 채권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단기차입금 1천8백억원을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키로 했다.
고려증권은 이러한 자구계획을 통해 소수정예 직원만으로 주식위탁매매 업무에만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대우증권은 그룹차원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12월분 봉급부터 총액기준으로 임원은 15%, 과장급직원은 10%씩의 임금삭감을 단행했다.
선경증권은 SK증권으로 사명을 바꾸고 수권자본금을 7천5백억원으로 늘리는 것과 함께 올 3월정도에 1천원이상 증자를 한다는 구상이다.
선경증권의 현재 자본금은 1천49억9천만원으로 1천억원 증자를 마치게 되면 자본금이 2천억원이상으로 대폭 늘어나 대형증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박호식 기자
‘증권산업개편안’좌표…부도·M&A등 곳곳에 돌발변수
투자신탁업계의 구조조정은 96년 6월 발표된 증권산업개편방안에 근거를 두고있다.
이 개편방안의 핵심은 투신사와 증권사간의 상호진출 허용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기존투신사의 증권사 전환과 운용자회사 설립, 증권사의 자회사를 통한 투신업 진출이다. 물론 투신사 설립규제를 완화하고 외국투신사의 국내진출도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96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말까지 23개의 투신운용사가 신설됐으며 기존투신 8개사를 포함하면 투신사는 31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지방투신사중 인천에 위치한 신세기투신이 영업정지 상태이고 증권사로 전환했다. 한남투신증권은 곧 운용자회사를 분리,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투신업계의 외형적인 성장도 두드러져 지난달 10일 현재 기존투신의 수탁고가 98조 2천2백70억원, 투신운용사의 수탁고 4조1천8백억원으로 총 1백2조70억원에 달한다. 질적인 면에서도 투자자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운용·저축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98년을 맞는 투신사들의 마음은 무겁다.
무엇보다 업무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길을 찾아 각사마다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가면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투신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새로운 상황을 최전방에서 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곳은 증권사 전환과 자회사분리를 하고 있거나 해야하는 국민투신증권과 지방투신사들.
한남투신증권은 곧 투신운용사를 분리, 운용자회사와 증권모회사로 새출발 한다. 이미 현대그룹에 인수돼 증권사로 전환한 국민투신증권도 4월부터는 이러한 체제가 될 것이며 제일, 동양, 중앙투신도 현재로선 이 과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 투신사들이 이같이 예정된 길을 문제없이 걸어갈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정지된 신세기투신은 회생여부마저 불투명하다.
판매와 운용이 단일체계로 기존투신사로서의 지위를 누려왔던 한남이나 국민투신증권은 당장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
우선 업무수행을 위한 좌표가 없다. 재경원의 현행지침들에는 기존투신사와 신설투신운용사에 대한 업무지침은 있지만 증권사 전환후 설립한 운용자회상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지침도 없다.
이미 인가된 신탁약관 또는 이미 승인을 얻은 업무등이 전환후에도 계속 승계되는지, 전환후 신규로 승인을 받는 업무들이 기존 업무와 상이함으로써 파생되는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해답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운용과 판매가 분리됨으로써 나타나는 미매각처리등 여러가지 문제, 고객들의 혼란등 해결과제는 수두룩하다.
현재로서는 투신상품 판매에 무게를 싣고 있는 증권모회사 또한 증권사로서의 정착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
향후증권사 전환과 자회사분리를 앞두고 있는 타지방투신사들도 이같은 걱정은 매한가지다. 다만 앞서고 있는 투신사가 밟은 발자욱을 또다시 밟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인수, 합병이라는 또다른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삼성그룹이 동양투신을 인수, 삼성증권으로의 합병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 제일투신도 대주주가 바뀌었다.
서울소재 투신사에 비해 인수비용이 적게들고 부실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경영정상화를 위한 비용도 작게 든다는 이점 때문에 또다른 지방투신사들의 인수, 합병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직까지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당분간 구조변화를 유예받고 있는 한국·대한투신도 향후 진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는 마찬가지.
증권산업개편방안에서 발표된 투신업계의 재편방향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국민투신증권을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양투신사들은 현재의 투신체제를 유지한채로 증권사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쪽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투신이 증권산업개편방안과 달리 방향을 잡고 있는데는 증권사로 전환할 경우 수탁고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와 증권사 전환의 전제조건인 경영정상화의 어려움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증권사로 전환하고 운용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그동안 공공성이 강조되고 저축기관화 됐던 투신사에 대한 일대 인식전환이 불가피, 수탁고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새로운 체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정상화라는 단서가 붙게되는데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올들어 양투신사는 주식평가손을 1백% 반영한데 이어 임금반납, 미매각 처분등을 통한 차입금 축소등 나름대로 경영정상화 프로그램을 추진해오고는 있지만 주식·채권시장 침체등으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96년부터 우후죽순 설립된 투신운용사들도 시장침체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고유계정 운용이 허용되지 않아 극심한 업계의 어려움에서 약간은 비껴서 있기는 하지만 시장침체가 계속될 경우 타격을 받기는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고려나 동서의 예처럼 모증권사의 부도가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때 지금과같은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과도기를 걷고 있는 투신사들은 현재 같은 투신사라도 모양이 여러가지고 처한 입장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지금의 업계현실은 이러한 틀마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정도로 불투명하고 어렵다. 오히려 생존여부가 더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원일 기자
관리자 기자